무등일보

가을의 절기(節氣)를 이야기하다

입력 2017.08.31. 10:15 수정 2017.08.31. 18:57 댓글 0개
류승원 경제인의창 광주전남콘크리트조합 이사장

요즘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해진 날씨를 보면 도무지 물러날 것 같지 않던 더위가 한풀 꺾인 듯하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덥고 가물었던 해가 아니었나 싶다. 아마 농사짓는 이들에게는 최악의 계절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름에 대해 돌이켜보면, 담양을 지나는 고속도로에서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우박을 만나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했던 기억이 추억 아닌 추억으로 남아 있다. 며칠 전 모기에 물린 딸아이에게 “처서가 지났는데도 모기가 기승을 부리네”라고 했더니 처서가 뭐냐고 묻는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요즘 절기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오지랖에 이번 칼럼의 주제는 가을의 절기로 정해봤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한자문화권 국가에서는 예로부터 날씨와 계절의 변화에 따라 태양년을 기준으로 계절을 24절기로 세분해 사용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농사짓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젊은 사람들은 절기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지만, 아직도 농촌에서는 절기를 기준으로 생활하는 이들이 많다. 절기와 관련해서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익살을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속담들이 많으므로 그에 대해서도 같이 소개토록 하겠다.

절기는 중국 주나라 때 화북지방의 날씨에 맞춰 정해졌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해 현재 우리나라의 날씨와는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지만, 계절의 변화를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개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 중에서 가을과 관련된 절기만을 살펴보면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 등으로 구분된다. 입추(立秋)는 가을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8월7일이나 8일을 말한다. 하지만 말복이 뒤에 있는 만큼 사실 가을로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무더운 날들이 계속된다.

처서(處暑)는 8월23일경으로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시기가 되면 여름의 더위가 눈에 띄게 수그러진다. 따라서 우리가 여름이 끝난다고 체감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즈음이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는 속담도 있다. 이는 곡식이 여물어가는 시기에 비가 오면 곡식에는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 며칠씩 비가 내리면 ‘기우제’와는 반대로 맑은 날을 기원하는 ‘기청제’라는 제사를 각 고을마다 지냈다고 한다. 또한 요즘에는 양식으로 인해 출하시기가 많이 앞당겨지긴 했지만, ‘그 냄새를 맡고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가 이 무렵의 제철 음식 중 하나이다.

백로(白露)는 9월7일 경으로 흰 이슬이 맺힌다는 말이다. 유독 이 시기에 대한 속담들이 많다.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늘인다’, ‘백로 안에 벼 안 팬 집에는 가지도 마라’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백로가 농사에 있어서 그만큼 중요한 시점이라는 뜻일 것이다.

9월23일경 추분이 되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고(실제로는 낮이 밤보다 좀 더 길다), 이때부터 기온이 20도 전후로 떨어져 진정한 가을임을 느끼게 된다. 일본에서는 ‘추분의 날’이 있을 정도로 여러 문화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기이다.

24절기 중 17번째인 한로(寒露)는 말 그대로 찬 이슬이 맺힌다는 뜻이다.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시기로 10월8일경이다. ‘한로가 지나면 제비는 강남으로 가고 기러기는 북에서 온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추위가 시작됨을 뜻하고, 이 무렵에 국화가 만개하고 시래기를 넣은 추어탕이 제맛을 내기 시작한다.

10월23일경의 상강(霜降)은 ‘서리가 내린다’는 뜻이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기 시작하고 ‘한로 상강에 겉보리 간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남부지방에서 보리를 이모작 하는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한국의 가을을 대표하는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코발트 빛 하늘이 아름다운 때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절기가 꼭 농사와만 연루된 것은 아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산업의 70% 이상이 계절과 날씨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날씨 마케팅이라는 것도 그에 따라 생겨난 용어인데, 소비자의 소비심리는 날씨나 기상조건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계절에 따른 기상요소들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해 기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그 요체라 할 수 있다.

날씨에 따라 기업의 영업성과가 큰 변동성을 갖게 됨에 따라 그에 대한 위험을 헷지하기 위해 날씨관련 파생상품이나 보험 등이 도입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에게 있어 그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날씨와 경제에 관련된 책 한권 읽으면서 지금 하는 일에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 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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