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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로나 팬데믹과 총선이 끌고 있는 사륜마차
입력 2020.03.27. 16:51 수정 2020.03.29. 20:07 댓글 0개2020년 한국을 끌고 있는 사륜마차로 비유하자면 팬데믹은 앞바퀴이고 총선은 뒷바퀴로 상호융합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다. 사륜마차의 앞바퀴는 미래 방향을 선도적으로 끄는 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밖에서 안으로(Outside-In) 시각으로 살펴볼 때 팬데믹은 총선의 의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여야의 핵심 정쟁 의제였던 공수처, 검찰개혁, 조국사태 등이 시들해지고 대신에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사태 대응이 적실성 했는가 여부로 여야 간에 첨예한 정쟁이 집중되었다. 마스크 소동이 대표적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마스크 공급 방안을 밝히고 급기야 5부제 정책이 전국가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총선정국이 코로나사태에 대한 정부의 느슨한 대응을 전면적 모드로 이끌어 단기간에 코로나사태를 진정시키는데 긍정적으로 기여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2월말까지 한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의 코로나국가로 낙인찍힌 절체절명의 상황에 빠져있었지만, 문재인정부는 의사중심의 관리체제와 시민자발형 모델을 선택하여 '드라이브 스루' '선별검사' '생활치료센터'등 코리아 모델이 자리 잡게 되었다. 총선이 팬데믹 앞바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끔 잘 밀어준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한국의 안보와 외교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북핵위기와 한반도 평화협정 같은 전통적인 안보 대신에 환경과 보건 등의 비정통적 안보가 더욱 중요한 안보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들도 전쟁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생사가 결정된다는 인간안보의식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다. 근래 국내의 확진자 수가 확연히 감소하는 반면에 느닷없이 해외유입 확진자 수가 과반수를 넘자 국경봉쇄가 새로운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통상국가인 한국이 다른 국가처럼 국경을 봉쇄하기는 경제를 포기하기 전에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선택이다. 작년말 코로나 사태의 초반기에는 중국봉쇄령이 총선을 앞둔 여야 간 정쟁의 대상이 되었건만, 당시 문재인정부의 관용정책은 후속적으로 옳은 정책임이 밝혀졌다.
코로나사태로 인해 중앙과 지방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정치적 비즈니스 사이클'현상은 총선에서 여야 간 득표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의 후속적 결과인 재분배정책의 경제적 결과에도 함의를 지니고 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돈을 풀고 싶은 집권당은 국민들에게는 재난기본소득 같은 직접성 경비뿐만 아니라 각종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으며 기업에게는 무제한 양적완화정책을 뿌리고 있다. 팬데믹 국제정세는 야당마저 정부의 확산정책에 동조하게끔 압박을 가하고 있다. 팬데믹이 진정되고 나서 시장에 풀린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차기 정권은 반인플레이션 수축정책을 펼치는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코로나 팬데믹은 입후보자의 캠페인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입후보자와 투표자 사이의 접촉이 차단되어 정치신인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캠페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의외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신인교체율이 40%를 상회하고 있는데 반해 집권여당은 25%에 머물고 있다. 현직의원이 유리한 현재의 캠페인 환경에서 여당이 유리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 눈높이를 맞춘 제1야당에게 유리할 것인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이다. 더구나 코로나사태로 인해 투표율이 사상 최하로 떨어질 개연성이 많기 때문에 조직과 동원령에서 앞서는 현직이 유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팬데믹은 어느 경로로든 한국의 정당체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소수정당에게 유리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로 인해 21대 총선에서 느슨한 다당제가 태동할 가능성이 엿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코로나 정국으로 인해 비례위성정당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약화되어 도로 양당체제로 복귀할 가능성도 많아지고 있다.
호남의 사륜마차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코로나19 확진자는 소수이지만 경제적 압박에 직면한 호남의 사륜마차 앞바퀴는 흔들거리고 있다. 호남의 유권자들은 21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으로 몰표지지를 할지 아니면 후보자의 능력을 중시하는 인물투표로 갈지 선택할 것이다. 21대 총선은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현직인 소수야당과 무소속에 도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팬데믹의 앞바퀴 효과인 투표율의 저하, 현직의원의 유리함, 정부의 비즈니스사이클 효과, 거대야당의 캠페인 전략 등의 변수 등이 호남 유권자의 표심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 <기고>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나는 파리 19구에 산다. 서민 동네이자 치안이 나쁘기로 소문난 구역이라 한국인은 거의 만나기 어렵다. 옆방 이웃은 난민 출신이다. 우리는 파리 주민이자 이방인이다. 남의 나라에서 남루하게 살아가는 처지라 생활이 풍족하지는 않다. 대신에 1980년대 한국 달동네에서 있었을 법한 일화가 가끔 일어난다. 어느 방에서 아이가 너무 울면 문을 열어 남의 아이를 안고 달래준 달지, 이 빠진 접시에 음식을 담아 맛보라고 가져다준달지….벽은 소음에 취약해 옆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상히 알려준다. 이웃으로 살면서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소리로 확인한다. 옆방에서는 아프리카 노래가 자주 흘러나온다. 엄마는 아이에게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밝은 리듬에 콩룩콩탁 거리는 발음이 사랑스러운 노래다. 내용을 알 수 없지만 밝고 흥겹다. 때로는 이 귀여운 노래 위에 시름이 느껴질 때도 있다.낯선 리듬과 노랫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면 새댁의 하루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옆방에서는 나의 한국어를 꽤나 들었을 것이다. 내가 일 때문에 지방에 며칠 다녀왔을땐 내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며 새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한 적도 있다.옆방 새댁이 어떤 경로로 파리에 오게 됐는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이를 데리고 미장원으로 출근한다는 정도만 안다.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옆방 모자를 만났다. 넓은 천을 이렇게 저렇게 꼬아 머리에 두르고 아프리카 스타일 프린트가 화려한 외투로 한껏 차려입었다. 예쁘다. 지하철 의자에 나란히 앉은 모자를 맞은편에 앉은 내가 핸드폰으로 찍는다. 엄마 등에 업혀 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칭얼대던 아기는 어느덧 엄마에게 프랑스어로 떼를 쓸 정도로 컸다.일하러 가느냐고 그녀가 내게 묻는다. 지하철 창문 쪽으로 유리 닦는 시늉을 하며 청소라고 프랑스어로 발음한다. 나는 요즘 청소 일을 한다."이브람 엄마도 일하러 가요? 미장원이 어디에 있어요?" "아뇨, 오늘 일 안 해요. 그런데... 20유로... 있어요? 20유로만 빌려줄 수 있어요?"돈 빌려달라는 말에 머릿속이 순간 복잡해진다. 20유로면 3만 원정도 된다. 지갑 속에는 꼬깃꼬깃한 5유로짜리 지폐와 동전이 들었다. 주로 카드를 사용하니 현금 가지고 다니는 일이 드물다. 잠깐 고민 후 돈이 없다고 대답한다. 새댁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표정에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해 미안할 지경이다."이브람 엄마, 집에 지갑 놓고 나왔어요?" "미장원 일 못한 지 한 달도 넘었어요. 체류증이 끝나서 일 못해요. 먹을 게 없어요. 파리에 친구가 없어요."난민 체류자격 기한이 끝나 미장원에서 해고된 모양이다. 프랑스에서 체류증 없이 노동하는 건 불법이다. 두 모자가 지하철에서 내린다. 엄마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연신 흔들며 아이가 떠나는 내게 인사한다. 옆방에 사는데 밖에서 만나니 새삼 반가운 모양이다. 아이의 작고 까만 손을 바라보며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유튜브 아카이브에서 1980년 어느 날의 '이종환의 디스크쇼' 오프닝이 들린다.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이따금 향수병에 시달릴 때 한국 라디오가 위안이 돼준다.성북구 종암동 이창수 씨의 엽서입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열망하는 나의 사랑을 믿으십시오…. 어느 청취자의 절절한 사랑고백이다. 1980년 이창수 씨는 그녀에게 구애하며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를 신청했다. "당신이 지쳐 작게 느껴질 때 두 눈에 눈물 고일 때 내가 눈물을 닦아드릴게요. 당신이 잘 지내지 못하고 당신이 길에서 떠돌 때 나는 당신의 편이에요. 외로운 당신을 위해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당신을 지켜줄게요…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창수 씨는 사랑을 이루었을까. 험한 세상에서 그녀를 위해 다리가 되어주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준 적 있는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인다.지하철에서 찍은 사진을 새댁에게 전송한다. 사진 속에서 아이가 손가락으로 V를 그려 보이고, 엄마는 공작새처럼 화사하게 웃고 있다. "메르시 마마"라고 답장이 온다. 신혜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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