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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가적 위기 상황에 경계해야 할 확증 편향
입력 2020.03.23. 14:44 수정 2020.03.23. 20:41 댓글 0개우리 문화 속에 오랫동안 전해 내려져 온 관념은 뇌에 무작위 패턴을 창조한다. 뭔가를 결정할 때, 특히 사전 정보가 부족할수록 제일 처음 얻은 정보에 따라 결정이 크게 좌우된다. 우리의 뇌는 무엇이든 기준점이 주어지면 그것을 일단 덜컥 물고, 거기서부터 출발해 가감하면서 답을 찾기 때문이다.
이것을 심리학적 용어로 '기준점 휴리스틱'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 방법을 놀라울 정도로 애용한다. 심지어 명백히 무작위로 나온 숫자를 제시해도 우리의 뇌는 그걸 기준점으로 잡고 거기에 이끌려 결정을 내린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모든 정보를 신중히 따지기 보다는 무엇이든 제일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장 최근의 사건이라든지, 더 극적이고 기억에 남는 사실을 기준으로 세계를 바라보려는 엄청난 편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현실을 더 정확히 반영할 만한 평범하고 시시한 정보는 흘려보낸다는 것이다. 본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확증 편향이라는 것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이다.
확증 편향이란 우리가 자기 생각을 확증하는 정보만 레이저 유도탄처럼 집요하게 찾아가는 답답한 습관이다. 자기와 정치 성향이 비슷한 매체를 통해서만 뉴스를 보는 경향이 이와 관련 있다. 인류의 실패사를 다룬 톰 빌립스의 '인간의 흑역사'라는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요소 요소에서 집단감염이 나오고 있어 아직 긴장을 늦출 시기는 아니지만 하루 확진자가 두자리수까지 줄어들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잡혀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선언까지 나오며 세계 전역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혹독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때는 한국의 확진자 수가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아 한국을 경계하며 입국 금지로 빗장을 걸어 잠그던 나라들이 이제는 한국의 코로나 극복을 높게 평가하며 한국 사례를 배우자는 모드로 바뀌고 있다.
개방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공공협력에 의존하는 한국 대처법이 각국에 적용 가능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동 제한, 봉쇄 등 극단적인 조치들로 코로나19를 통제한 중국과 달리 한국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제한하지 않는 대신에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들에 의무 검역을 실시하고 시민들에게 외출자제와 마스크 착용 등을 권고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하루 최대 1만5천명까지 진행하는 진단검사 방식과 보편적인 건강보험 시스템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반면, 세계 각국의 높은 평가와는 달리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한참 확산되고 있던 때에 야당은 중국인 입국금지 확대를 촉구하며, 정부의 실기론을 적극 부각시켰고 일부 보수 언론들은 이를 더욱 부추겼다. 그리고 현 정부를 비판하는 일부 대중들도 중국 눈치 보느라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안 해서 이렇게 확산됐다며 공격의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확산의 실상은 확진자의 80%가 집회, 모임을 통한 집단감염인 것으로 나타났다.
확인된 집단 감염 장소들은 신천지 대구교회와 같은 종교모임, 구로 콜센터와 같은 직장, 요양병원 같은 거주시설 등이다. 사태 초기를 지나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현실화 경우에는 입국금지 실효성이 더욱 떨어진다는 의료계 진단이 이어져왔다.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는 이유는 세계적 협력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전염병이 한참 확산돼 정부와 방역 당국, 온 국민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에 이러한 확증 편향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확증 편향은 대립을 발생시키고 증대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립하는 두 진영은 자신들의 확고한 입장만을 고수하려 들기 때문에 같은 사항을 놓고도 자기 논리에 따라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확증적 편향에 의한 결정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 확증 편향은 또 정확한 사실 진단이나 발단 원인을 무시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위기 상황에서 누구나 빠지기 쉬운 확증 편향을 경계해야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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