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광주 5월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

입력 2017.08.29. 13:14 수정 2017.08.30. 08:36 댓글 0개
김태희 아침시평 다산연구소 소장

진실은 거짓을 이긴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결코 거저 얻는 것이 아니다. 영화 (이하 ‘부정’)와 는 진실에 관한 영화다. 은 엄연한 진실을 부정하는 거짓에 맞서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를, 는 고립된 진실을 어떻게 외부로 알릴 것인가를 보여준다.

는 신군부의 광주학살을 세계로 알린 독일 기자와 동행한 운전사의 모험을 중심으로 진실을 알리려는 시민들의 가상한 노력을 그리고 있다. 정작 완전한 진실 규명을 기대하는 사람에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학살의 책임자나 진실의 근원을 파헤친 것도 아닌 현상 위주이고, 자동차 추격 장면도 사실성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다큐 아닌 영화라는 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광주 학살을 모르는 자에겐 진실을 향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아는 자에겐 진실의 기록들이 쉽게 얻어진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준 영화다.

은 나찌의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에 관한 법정 투쟁을 다룬 영화다. 반유대주의자이며 인종차별주의자인 데이빗 어빙은 홀로코스트를 부정한다. 그가 자신을 비판한 유대인 교수 데보라 립스타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함으로써, 역사적 진실이 법적 테크닉을 요구하는 소송으로 바뀌어 버렸다. 영국 법에 따르면 고소를 받은 데보라 립스타트 교수가 홀로코스트의 실재를 입증해야 했다. 또한 어빙이 실재를 알고도 고의로 부정한 점이 입증되어야 소송에서 이길 수 있었다.

역사적 사실의 존재 여부가 법적 판단으로 결정될 수는 없겠지만, 명예훼손사건을 통해서 홀로코스트의 실재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이다. 소송을 통해 비극을 생생하게 알리고 싶었던 데보라 교수와 피해 생존자들은 이 상황에서 분노를 금치 못하며 진실을 밝힐 열의에 차있다. 그런데 변호인들은 교수를 비롯하여 피해자에게 발언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신나찌주의자들의 지지를 얻고 그들을 선동하는 어빙에게 먹잇감을 주고 조롱당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진실을 논쟁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 명백한 사실을 갖고 우기는 사람을 보면 보통사람은 흥분과 분노에 말도 잘 안 나온다.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라 해도, 이를 누군가 거짓이라 주장하면, 직접 겪지 않은 사람은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 거짓을 주장하는 사람은 논쟁을 통해 진실을 진위불명의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사실의 문제를 의견의 문제인 것처럼 바꿔버리기도 한다. 은 진실이란 것이 감정만으로 밝혀질 수 없고, 오히려 냉철한 이성과 집요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어빙이 패소한 후에도 방송에 출연하여 마치 자신이 승자인 것처럼 행세하는 모습이다. 어빙의 홀로코스트 부정에는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가 작동하고 있었다. 거짓을 주장하는 사람은 진실이 무엇인지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자신의 이익과 신념체계를 위해 진실을 부정하고 거짓을 주장한 것이다. 최근 광주 학살을 둘러싸고 북한 개입설 등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유포하고 이에 박수치는 사람들이 있다. 알고도 고의로 진실을 부정하거나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이다. 이들은 줄곧 진실의 문제를 이념이나 지역의 문제로 바꿔버리려 한다.

은 지난 5월 18일에 방영된 제이티비씨 뉴스룸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는 최근 관객 1천만 명을 돌파했다. 두 영화 모두 5·18 학살의 진실과 거짓을 생각하게 한다.

광주의 항쟁에서 상징적인 방화가 있었다. 도심에 있던 엠비씨와 세무서 건물의 방화였다. 첫째 방화는 에서 나왔듯이 진실을 외면하는 언론에 항의한 것이었고, 둘째 방화는 세금을 내어 국민을 지키도록 했건만 군대가 국민을 죽이는 데 항의한 것이었다. 당시 제 역할을 못한 언론과 국가폭력을 자행한 군대가 이제는 온전한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야 한다. 특히 정치군인들에 농락당해 국민을 향해 총질을 한 군이 스스로 명예를 회복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최근 제이티비씨가 보도한 공군 조종사의 증언은 고무적이었다.

진실은 은폐, 통제, 왜곡, 거짓과 맞서야 하는 것 외에 침묵과도 싸워야 한다. 아직도 1980년 5월 광주의 진실은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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