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인에서 지도자로 우뚝 선 브란트와 DJ
입력 2020.03.09. 10:42 수정 2020.03.09. 18:05 댓글 0개불우한 환경 딛고 위대한 리더로
노벨평화상 수상 휴머니스트 평가
빌리 브란트(1913-1992) 전 서독 총리는 1970년 12월 7일 폴란드를 방문했다.
그는 방문 전 많은 심적 부담을 느꼈다.
평화를 모든 판단의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었던 그에게 독일로 인해 폴란드 국민처럼 심한 고통을 받은 민족이 세계 어느 곳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브란트는 바르샤바 방문 이틀째 두 번 헌화가 예정된 가운데 참배를 위해 마련된 무명용사 묘소 제단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예정에 없었던 이 장면은 신문과 TV를 통해 전세계로 전파됐다.
독일은 이렇게 2차 대전 최대 피해국인 폴란드에 사과와 화해의 악수를 건넸다.
최근 나온 최영태 전남대 사학과 교수의 '빌리 브란트와 김대중-아웃사이더에서 휴머니스트로'(성균관대출판부刊)에는 한국과 독일의 대표적 지도자인 빌리 브란트와 김대중을 다뤘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브란트는 독일사회민주당(이하 사민당) 출신으로 1969년 10-1974년 5월까지 독일연방공화국(서독) 총리를 지냈다.
그는 재임 중 이른바 '동방정책'으로 동서독 간 관계개선과 동유럽국가들의 관계정상화 등 냉전체제 해소에 이바지했다.
그는 이 공로로 197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김대중(1924-2009) 전 대통령은 민주개혁진영 출신 대통령으로 1998년 2-2003년 2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그는 재임 기간 동안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가 몰고 온 위기극복에 매진했고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 간 긴장완화에 기여했다.
그는 생전 인권운동과 남북관계개선 등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최 교수는 브란트와 김대중의 개인적 삶의 유사함에 주목했다.
우선 두 사람은 각각 사생아와 서자로 태어난 순간부터 자신이 소속한 사회의 '변방인'이었다.
브란트는 서베를린이라는 변방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김대중은 한국 정치의 변방지대인 호남에서 정치에 입문했다.
두 사람 모두 선거에서 숱한 실패의 경험을 겪었고 오랫 동안 야당 대표를 역임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념적으로 두 사람은 개혁적·진보적 성향을 지녔으며 이런 정치성향은 각자의 정치무대에서 자주 색깔공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브란트는 청년기에 14년 동안 망명생활을 했고 김대중은 정치적 성숙기에 투옥과 연금, 사형선고, 두 차례 망명 등 큰 시련을 겪었다.
두 사람은 사별과 이혼 등 가정사도 순탄치 않았다.
경쟁자들은 이같은 불우한 환경을 이겨낸 두 변방인을 사생아와 공산주의자, 민족의 배신자라 부르며 숱한 비난과 박해를 가했다.
이런 시련 속에서도 브란트는 세 번, 김대중은 네 번의 도전 끝에 각각 모국에서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내며 총리와 대통령에 각각 당선됐다.
두 사람 모두 한국과 독일에서 대학 졸업장 없이 총리와 대통령 자리에 오른 최초의 인물이다.
이들은 부족한 학력을 독서로 채웠다.
이들의 독서목록은 그 자체만으로 다양하고 풍성했다.
브란트는 독일에서, 김대중은 한국에서 정치인들 가운데 가장 많은 글과 책을 쓴 사람으로 꼽힌다.
이처럼 브란트는 글을 쓰면서, 김대중은 독서를 하며 불행한 정치역정을 극복해 낼 힘을 얻고 축적했다.
두 사람 모두 역사를 좋아했다.
정치하는 동안 늘 후세의 역사가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의식하며 행동했다.
브란트는 김대중이 80년 전두환과 신군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목숨을 구하는 일에 앞장섰고 2000년 노벨평화상 추천서를 써 주기도 했다.
최영태 교수는 "변방인에서 총리와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 활동을 펼친 그들의 인문적 삶의 자취를 추적했다"며 "이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복지, 평화를 위한 휴머니스트들이었다"고 평가했다.
최영태 교수는 나주 출신으로 전남대 사학과에서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91년부터 전남대에 재직하며 독일 현대사 연구에 매진해 왔다.최민석기자 cms2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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