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광주민중항쟁도 벽화

입력 2017.08.28. 09:37 수정 2017.08.29. 14:32 댓글 0개
김종석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대표이사

1990년 6월 여름으로 기억된다. 대학가 상황은 6·10항쟁으로 이후 대통령 국민직선제가 이뤄지고, 5·18광주의 진실을 밝히라는 요구가 확산되는 시점이었다. 전남대 인문대에서 연구조교로 있었다. 사범대 예술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벽화작업 뜨거웠다. 5·18광주민중항쟁 10주년을 맞아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사범대 1호관 건물 벽면에 총을 든 시민군과 그 아래 주먹밥을 나눠주던 시민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이후 세월의 흐름 속에 벽화도 기억에서 흐려졌다. 그런 벽화가 27년이 지나 복원된다니 감회가 새롭다.

벽화는 건물이나 무덤의 벽 또는 자연 암벽에 그린 그림이다. 아득한 옛날부터 동굴의 벽이나 천장 따위에 동물 등이 그림을 그렸다. 이러한 벽화를 통해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나 종교관 등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벽화는 폭넓게 공공적인 의미를 지닌다. 적절한 크기로 사회적·종교적 또는 애국적인 주제를 회화적으로 고안해 그리는 것. 생활이든 복식이든 시대 상황을 대변하면서 조직에는 결속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그래 선명하면서 간단명료하면 좋다. 사후 세계까지 표현하면서 벽화는 일종의 구원신앙 역할까지 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동굴 벽화는, 에스파냐에 있는 알타미라 동굴 벽화이다. 동굴의 벽과 천장에 옛날 동물들이 그려져 있다. 구석기 시대(약 1만~2만 년 전)에 그려진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돌이나 흙을 빻아 동물 기름에 갠 빨강·노랑·검정 따위의 물감으로 그린 것이다. 구석기 시대인의 생활상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울산 울주 반구대 암각화가 있다. 태화강 상류 ‘건너 각단’이라는 높이 70m의 바위벽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사냥·물고기잡이 등 생산 활동을 보여주는 장면, 그 대상이 되었던 짐승들인 멧돼지, 고래 등과 그밖에 사람 얼굴을 새겨졌다. 선사 시대 우리 생활상 연구에 풍부한 자료를 제공한다.

전남대학교 ‘광주민중항쟁도 벽화’가 복원 중이다. 이 벽화는 1990년 6월 전남대 그림패 ‘마당’과 , 사범대 미술교육과 학생 등이 사범대 벽면에 제작한 것이다. 가로 10m·세로 16m 크기다. 총을 든 왼손을 힘차게 뻗은 청년과 군용 지프를 탄 시민군의 모습 등은 시민군의 형상을 담았다. 가마솥에 밥을 짓는 모습은 광주항쟁의 공동체 정신을 극적으로 상징하는 예술적 모티브다. 27년 동안 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훼손이 진행된 상태였다. 다음달 2일 일반에 공개 될 예정이다. 80년 5월 죽음을 넘나들며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던 항쟁정신과 조국의 민주·통일을 염원한 90년대 시대 상황이 담겨 있다. 이 벽화는 현재와 미래 시대의 광주시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김종석 논설실장 bellsto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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