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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고 80년 5월’ 광주의 김사복과 진실 찾아 달린다
입력 2017.08.28. 08:15 수정 2017.12.11. 13:11 댓글 1개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 ‘택시운전사’처럼 택시기사가 손님들을 태우고 광주 곳곳의 5·18사적지를 둘러보는 투어프로그램‘5·18택시운전사’가 지난 22일 첫 선을 보였다.
광주문화재단이 운영하는 ‘5·18택시운전사’는 광주 택시기사들이 손님들을 태우고 광주시청과 국립5·18민주묘지, 옛 전남도청 등 5·18민주화운동 관련 장소를 돌며 관련된 이야기를 전한다. ▶관련기사 2면
지난 25일 광주를 찾은 부산 대학생들은 5·18택시를 타고 영화 속 힌츠페터가 묻힌 망월동 묘역과 광주시청에 마련된 ‘아! 위르겐 힌츠페터 5·18 광주진실전 그리고 택시운전사’전시회를 찾아 그의 흔적을 만났다.
◆“아임 베스트 드라이버, 돈 워리”
“손님들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을 모시고 4시간 동안 80년 5월 광주로 출발할 택시기사 정봉섭입니다. 새로 뽑아 비닐도 다 안벗겨진 새 차로 편안한 여행 되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지난 25일 오후 정봉섭(54)씨의 개인택시는 광천터미널을 출발, 목적지인 1980년 5월로 향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정씨는 광주의 형·누나들을 보려 몰래 광주에 들어가 멀리서나마 5·18을 지켜보며 두려워한 소년이었다.
이날 정씨가 태울 손님들은 생애 처음으로 광주에 왔다는, 부산에서 온 대학생 김동현·김태균(24)씨다. 고등학교 동창인 두 사람은 태균씨의 전역을 기념해 우정여행차 광주행을 결심했고 인터넷을 통해 택시 투어를 신청했다.
“렛츠 고 광주” 이렇게 세 사람은 5·18의 흔적을 찾아가는 김사복과 힌츠페터가 되어 택시에 몸을 실었다.
◆영화속 택시도 보고 상추튀김도 먹고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아! 위르겐 힌츠페터 5·18 광주진실전 그리고 택시운전사’전시회가 열린 광주시청이었다.
이곳에서는 영화 속 김만섭(송강호 분)이 직접 몰았던 ‘부리사 택시’부터 힌츠페터가 직접 사용했던 카메라와 안경, 촬영한 영상들까지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택시운전사’ 속 택시와 힌츠페터의 물건들을 보며 동현씨와 태균씨의 눈이 동그래졌다.
동현씨는 “실제로 보니 택시 크기가 작은데 어떻게 촬영했는지 신기하다”고 말했다.
택시는 5·18자유공원을 거쳐 늦은 점심을 먹기위해 광주의 메뉴 ‘상추튀김’가게로 향했다. 상추튀김을 처음 듣는다던 동현씨와 태균씨는 촉촉한 상추에 바삭한 튀김을 넣고 한입 꿀꺽 삼키더니 금새 2인분을 게눈감추듯 해치웠다.
이어 택시는 5·18은 물론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는 망월동 공원묘지로 향했다.
동현씨와 태균씨는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이어 힌츠페터의 신체 일부가 묻힌 추모비를 방문했다.
또 전두환씨의 민박 방문 기념비도 밟아보고, 이한열·박관현·백남기 농민 등 망월묘역에 묻힌 열사들의 묘도 방문했다.
특히 동현씨와 태균씨는 최근까지 뉴스에 나오던 백남기 농민의 묘소를 수초간 응시하며 눈여겨봤다.
국립 5·18민주묘지에서는 분향을 하고 조심스레 두 손을 모아 묵념하며 당시 희생된 광주 시민들의 넋을 위로하기도 했다.
◆“37년 역사 담긴 장소, 복원되길”
영화 속 조용필의 노래 ‘단발머리’가 울려퍼진 택시는 옛전남도청으로 향했다.
동현씨와 태균씨는 옛전남도청을 지키려는 농성장이 “당시 자식과 남편을 잃은 5월 어머니들이 도청의 원형을 지키려 이곳에서 먹고 자고 한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서명에 동참했다. 일견 즐거움보다는 현대사의 아픔을 찾아 나선 무거운 4시간이었음에도 두 사람은 택시 투어를 통해 광주를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동현씨는 “다른 도시와 달리 5·18의 흔적 자체가 광주를 찾는 여행의 테마가 될 것 같다”며 “우리끼리 왔다면 몇 군데 돌지 못했는데 택시기사님 덕분에 하루 만에 많은 것을 보고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옛 전남도청 앞에서 흥겨운 행사장 옆에서 서명을 받는 분들이 눈길이 갔다”며 “마지막까지 항쟁이 있었던 중요한 장소를 지키려는 그들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서충섭기자 zorba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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