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무신불립(無信不立)

입력 2017.08.27. 14:04 수정 2017.08.28. 15:36 댓글 0개

“국가경영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공자(孔子)의 제자였던 자공(子貢)은 그 옛날 스승에게 질문했다. 공자는 첫째로 식량을 들었다. 족식(足食)이다. 물질적인 자본과 경제적 안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거였다. 공자가 두번째로 예시한 것은 군대였다. 족병(足兵). 바로 군사력으로 나라의 방위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병사와 무기 등 군사적인 힘이 갖춰져야 함을 의미한다. 세번째는 신뢰다. 민신(民信). 무릇 지도자는 백성들로부터 신뢰를 얻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공은 다시 스승에게 물었다. 이들 세가지 요소 가운데 하나를 뺀다면 무엇이냐고. 공자는 잠시도 망설임없이 거병(去兵). 즉, 군대를 빼야 한다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 빼야할 것은 거식(去食). 물질적 요소였다. 끝내 지켜야할 것으로 ‘신뢰’를 꼽았다. ‘지도자가 신뢰를 잃으면 물질(식·食)도, 자위력(군대·兵)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힘주어 말했다. 반면에 신뢰가 굳건하면 식과 병은 자연히 해결된다고 덧 붙였다. ‘신뢰가 없으면(무신·無信),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불립·不立)’. ‘무신불립’은 공자와 그 제자 자공의 문답(논어 안연·顔淵 편)에서 유래했다.

공자의 까마득한 후예로 중국의 후한(後漢) 말, 북해 태수를 역임했던 공융(孔融) 또한 훗날 촉주(蜀主)가 된 유비(劉備)에게 ‘많은 군대’보다 ‘신의를 잃지말라’고 조언하길 마다하지 않았다. 유비는 그에게 “성인께서 ‘예부터 내려 오면서 누구나 죽지만 사람은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했다”며 화답했다. 

‘믿음(신뢰)’은 지도자와 백성이라는 상하 관계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수평적 관계에서도 절대 요소라 할 수 있다. ‘믿음과 의리가 없으면 개인이든 국가든 존립이 어렵다’함은 예나 지금이나 불변의 금언(金言)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무신불립’을 언급했다. 지난 24일 그가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국민의 분노가 커지고 우려가 높아진데 대해 사과하면서다. 파동이 일기 시작한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의 부정확한 발표와 혼선 등 적절치 못한 대응은 국민적 실망을 키웠다. 이 총리는 “이번 계란 파동은 정부와 축산업계에 소중한 교훈을 줬다”며 “국민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정부도 축산업도 바로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의 교훈이다. 이 교훈을 가슴에 새기면서 먹거리 행정과 산업이 국민의 신뢰에 확고히 뿌리박고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는 지난해 촛불 시민혁명을 토대로 출범했다. 이전 정권이 부정되고 탄핵당한 바탕 위였다. 그 부정과 탄핵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어버린데서 비롯됐다.김영태논설주간kytmd86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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