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스님이 베푼 따뜻한 인정

입력 2002.10.19. 09:59 댓글 0개
옛날 일본에 승려이며 가인(歌人)으로 명성을 날리던 서행(西行)이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벚꽃을 무척 좋아했다. 하루는 서행이 몇 년 동안 계획했던 유명한 요시노의 벚꽃 구경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길을 가다 두메산골 한 마을에 접어들었는데, 어느 집에서 긴 한숨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서행이 무슨 연고인가 궁금해 집안으로 들어가 보니, 누추한 집에 부모가 병석에 누워 있고 집이 워낙 가난하여 어린 자식들은 약 한 첩도 구할 길이 없어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서행은 이를 딱하게 여겨 벚꽃 구경할 여비를 몽땅 털어 주고는 암자로 돌아왔다. 그러자 보살들이 의아해 하며 자초지종을 물으니 “요시노 벚꽃 구경은 다음에도 갈 수 있지만 남의 어려움을 지금 도와주지 않으면 영영 기회를 놓치게 될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서행스님이 어린시절 수행을 하기 위해 여러 지방을 돌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는 자신의 시조(時調) 실력을 뽐내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고갯마루에서 나무꾼을 만나 “이 지방에도 시조를 읊을 줄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나무꾼은 빙그레 웃으며 “갈 때는 옴쳐 있던 꽃이 돌아올 때는 벌써 피었구나. 벚꽃” 이라며 그 지방 사투리로 시조 한 수를 지어 읊었다. 서행은 자신의 경망스러움과 지식의 미천함을 뉘우치고 그 후 수행에 정진하여 큰 스님이 되었다고 한다. 꽃말은 ‘뛰어난 미인’ 이다. 벚꽃은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교목으로 제주도 한라산과 해남의 두륜산이 원산지이다. 일본의 국화이기 때문에 원산지가 일본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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