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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일자리 늘리려면 식음료·의류 등 저기술산업 혁신해야"

입력 2020.02.23. 11:00 댓글 0개
"국내서 생산비중 가장 높은 업종, 고용비중과 격차 커"
"생산비중 낮은 업종은 고용비중 높아 좋은 일자리 부족"
"식음료 등 저기술산업 연구개발로 부가가치 창출해야"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업종 쏠림현상을 개선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려면 저기술 산업군의 연구개발(R&D)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3일 '기술수준별 제조업의 R&D집중도와 성장률 국제비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의류, 섬유 등 저기술 산업은 고용 비중이 생산 비중보다 낮으며, 해당 업종의 세계적 기업들은 국내 기업보다 활발한 R&D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우선 국내 제조업 중 '전기 및 전자기기업'의 생산 비중이 가장 높은데, 고용 비중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산 비중과 고용 비중 간의 격차가 16.05%p(2017년 기준)로, 다른 선진국보다 크다고 했다. 영국은 생산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의 생산과 고용 비중의 격차가 1.77%p, 프랑스는 4.82%p, 이탈리아 1.9%p에 그쳤다.

또한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중 생산비중이 낮은 의류, 섬유, 식음료 등은 고용 비중이 생산 비중보다 높아,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제공할 수 있는 업종은 일자리가 적고, 임금 수준이 낮은 업종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생산비중과 고용비중 간 격차가 제조업종별 생산과 고용의 쏠림정도(집중도)에서도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제조업 업종별 생산 비중과 고용 비중의 집중도를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로 측정해 주요국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 제조업종별 생산 비중의 쏠림 정도는 해외 주요국에 비해 매우 컸다. 반면 고용 비중의 집중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즉, 우리나라는 생산 비중 HHI와 고용 비중 HHI 간 격차는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큰 셈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제조업을 기술 수준별로 분류하고 각 기술수준별 대표 업종에서 국내 상장기업과 글로벌 주요 상장기업의 R&D 활성화 정도를 비교했다.

보고서는 대표적인 저기술업종인 가구, 의류, 섬유, 식음료 등에서 국내 상장기업의 R&D 집중도(상장기업의 평균값)가 세계 주요 상장기업보다 낮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R&D 집중도가 낮다는 것은 매출액 대비 혁신활동이 소극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라며 "이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10위권 내 국내 기업이 포함된 중·고기술산업군과는 달리, 4개의 저기술업종에서는 세계 20위권 내에 위치하는 기업이 하나도 없다"라며 "저기술산업군에서 세계 주요 기업에 비해 R&D 활동이 부진한 국내 기업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라고 했다.

보고서는 저기술업종에서 고용이 많으므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해당 업종 내 혁신 활동이 더 활발해야 한다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저기술업종을 포함해 다양한 산업에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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