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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아미, '온전한 나 찾기' 여정 시작됐다

입력 2020.02.21. 19:10 댓글 0개
21일 오후 6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 공개
"내면의 고통, 정면으로 바라본 앨범"
이전 앨범들 리부트 성격, 자가발전의 의미도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02.13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팬덤 '아미'가 '온전한 나'를 찾기 위한 여정에 돌입했다.

21일 오후 6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을 발매했다.

지난해 막을 연 '맵 오브 더 솔' 시리즈의 연작 앨범이다. '맵 오브 더 솔'은 '영혼의 지도'라는 뜻이다. 머리 슈타인의 '융의 영혼의 지도'가 이번 연작 앨범 모티브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슈타인은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운 스위스 정신과 의사 칼 구스타브 융의 이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융 전문가'로 꼽힌다. '융의 영혼의 지도'는 일종의 융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해설서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온라인 몰 '빅히트 숍'에서 이 책을 권장도서로 추천한 적이 있다. 융의 이론을 지도 제작 과정에 빗댔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자신들의 '맵 오브 더 솔' 연작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 대한 물음이 섬처럼 곳곳에 새겨진 '영혼의 지도'를 찾아 떠난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맵 오브 더 솔' 시리즈의 연작 첫 앨범인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에서 세상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즐거움을 노래했다. 세상에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번 앨범 '맵 오브 더 솔 : 7'에서는 그동안 숨겨왔던 내면의 그림자를 마주한다. 또한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고자 한다. 7명 멤버이자 한 팀으로 모인 방탄소년단의 데뷔 후 7년을 돌아본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02.11 realpaper7@newsis.com

2013년 데뷔 후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글로벌 슈퍼스타로서 오롯이 견뎌내야 하는 부담감과 두려움도 공존했다.

빅히트는 "그 시련의 상처마저 자신의 진짜 모습 중 하나임을 알게 된 방탄소년단은 이제 '보여주고 싶은 나'와 '외면하고 싶은 나'를 모두 받아들이고 마침내 '온전한 나'를 찾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고 소개했다.

이번 앨범에는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4월 발매한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에 실린 5곡과 15곡의 신곡을 포함해 총 20개 트랙이 실린다.

선공개 곡 '블랙 스완', 컴백 트레일러로 선보인 '인터루드 : 섀도우', '아웃트로 : 에고'를 비롯해 타이틀곡 '온'과 '필터', '시차', '라우더 댄 밤스' 등 새로운 트랙이 수록됐다.

"룩 앳 마이 피트, 룩 다운(Look at my feet, look down). 날 닮은 그림자. 흔들리는 건 이놈인가. 아니면 내 작은 발끝인가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제임스 코든쇼. (사진 = Terence Patrick @terencepatrick 제공) 2020.01.29. realpaper7@newsis.com

두렵잖을 리 없잖아. 다 괜찮을 리 없잖아. 그래도 아이 노(I know). 서툴게 아이 플로(I flow). 저 까만 바람과 함께 날아.

특히 '온'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아티스트로서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날을 돌이켜본다. 때로는 허공에 뜬 것 같이 무게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기도 했고, 한 발자국 떼면 한 발자국 커지는 그림자에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이젠 어디서든 무게중심을 찾는 방법을 알고 있기에, 성공에 뒤따르는 내면의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 보겠다고 말한다.

앞서 지난달 선공개한 '블랙스완'은 '온'의 프리뷰 격이다. 방탄소년단은 '블랙스완'이 '미국 현대무용의 대모' 마사 그레이엄(1894~1991)의 명언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곡이라고 밝혔다.

"무용수는 두 번 죽는다. 첫 번째 죽음은 무용수가 춤을 그만둘 때다. 그리고 이 죽음은 훨씬 고통스럽다"(A dancer dies twice - once when they stop dancing, and this first death is the more painful)는 문장이다.

'블랙스완'은 발레계 대표 캐릭터 중 하나다. 차이콥스키 발레 '백조의 호수'에서 우아한 백조 '오데트'을 맡은 주역 여성 무용수가 상반된 관능적인 흑조, 즉 블래스완인 '오딜'까지 연기한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02.10 realpaper7@newsis.com

이처럼 '블랙스완'은 보통 예술가의 양가적 내면을 상징한다. 빅히트도 '블랙스완'에 대해 "글로벌 슈퍼스타로 성장한 방탄소년단이 전하는 예술가로서의 고백을 담고 있다.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예술가로서 숨겨둔 그림자와 마주하는 방탄소년단의 진솔한 고백을 노래했다"고 소개했다.

'온'은 이런 '블랙스완'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주어진 길을 '제 발로 들어온 아름다운 감옥'으로 표현하며 운명을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전진하겠다는 방탄소년단의 소명의식을 담았다.

RM은 이날 공개된 애플뮤직 '뉴 뮤직 데일리 위드 제인 로(New Music Daily with Zane Lowe)'와 화상인터뷰에서 '온'에 대해 "지난 7년을 담은 우리의 일기장 같은 곡이다. 우리 정체성을 날 것으로 보여준다. 때로는 휘청거리면서 넘어질 수도 있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이라는 제목이 짧아 그 속뜻을 궁금해하는 청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RM은 '온'은 '위 온(We on)', '온 에어(On air)', '브링 잇 온(Bring it on)' 등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온'은 우리의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온'은 방탄소년단만의 파워풀한 에너지와 진정성을 가득 실은 힙합 곡이다. 힙합은 2013년 방탄소년단이 데뷔 당시 내세웠던 장르이기도 하다. 7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아티스트로서 소명의식과 마음가짐을 되짚었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정규 4집 트랙리스트. (사진 = 빅히트 제공) 2020.02.17. realpaper7@newsis.com

이날 함께 선보인 '온'의 키네틱 매니페스토 필름'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30여 명의 댄서, 마칭 밴드(marching band)가 함께 하는 대규모 퍼포먼스를 구현했다. 글로벌 아티스트로서 방탄소년단의 독보적 존재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이번 앨범의 또 다른 특징은 '리부트(Reboot) 콘셉트'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방탄소년단의 데뷔 초 '학교 3부작' 앨범을 차용 및 재해석했다.

지난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의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두 번째 미니 앨범 '스쿨 러브 어페어(Skool Luv Affair)'의 타이틀곡 '상남자'(Boy In Luv)'와 맞닿아 있다면, 이번 타이틀곡 '온'은 첫 번째 미니 앨범 'O!RUL8,2?'의 타이틀곡 'N.O'와 대응한다. 또, 이번 앨범의 수록곡 '위 아 불릿프루프 : 더 이터널(We are Bulletproof : the Eternal)'은 데뷔 앨범 '2 쿨 포 스쿨'의 수록곡 '위 아 불릿프루프 Pt.2'를 잇는 노래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앨범을 알리기 위해 지난달 17일 공개한 컴백 트레일러로 슈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인트로 : 섀도우'를 공개했다. 이달 3일에는 제이홉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아웃트로 : 에고(Outro : Ego)'를 선보였다. 이런 트랙리스트를 기반 삼아 자아찾기 여정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는데 그 여정에 팬덤 아미들도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됐다.

이와 함께 분노가 만연한 사회에 비판을 던지는 래퍼 라인의 유닛 곡 '욱(UGH!)', 위로와 공감을 주는 보컬 라인의 유닛 곡 '00:00'(Zero O’Clock)'은 물론 동갑내기 친구 지민과 뷔의 '친구', RM과 슈가의 서로 다른 래핑이 인상적인 '리스펙트(Respect)'과 같은 새로운 조합의 유닛 곡도 만나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02.21. realpaper7@newsis.com

일곱 멤버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솔로곡도 실려 있다. 자신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지민의 '필터(Filter)', 연습생 생활을 거쳐 성인이 된 지금까지 느끼는 바를 전하는 정국의 '시차', 힘들었던 과거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담은 뷔의 '이너 차일드(Inner Child)', 팬덤 '아미'를 향한 사랑이 드러나는 진의 '문(Moon)'이 수록됐다.

특히, 20번 트랙 '온'은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은 디지털 트랙으로, 세계적인 가수 시아(Sia)가 피처링에 참여한 타이틀곡 '온(ON)'의 또 다른 버전이다.

'샹들리에'로 유명한 시아는 호주 출신 정상급 팝스타다. 뮤직비디오에 현대무용을 적극 끌어들이는 등 대중음악을 예술로 승화시킨 주인공 중 한명이다. 방탄소년단도 '블랙스완' 선공개 당시 현대무용이 주축이 된 아트 필름을 공개한 적이 있다.

빅히트는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방탄소년단의 제안에 시아가 흔쾌히 수락하며 성사됐다"고 전했다. 시아가 피처링한 '온' 버전은 북미 프로모션 차원에서 글로벌 플랫폼에 이날 선공개, 한국에는 일주일 뒤인 28일 공개 예정이다.

또 또 이번 앨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호주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 트로이 시반도 참여해서 눈길을 끈다. 그는 '라우더 댄 밤스' 공동작곡가로 참여했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온(ON)' 키네틱 매니페스토 필름.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02.21. realpaper7@newsis.com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시반은 평소 서로 존중을 표하며 협업하고 싶다고 밝혀왔다. 특히 시반은 미국 라디오방송에서 방탄소년단과 협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발매 전 현대예술과 조우하는 프로모션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선공개한 '블랙스완' 음원과 함께 선보인 아트 필름(Art Film performed by MN Dance Company)은 슬로베니아 현대무용팀인 엠엔 댄스 컴퍼니(MN Dance Company)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미국 CBS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에서 처음 공개한 '블랙 스완' 무대는 이 아트 필름을 연상케하는, 서정적이면서도 예술적 감성을 한층 끌어올린 퍼포먼스로 주목 받았다. 멤버들이 무대에 '맨발'로 올라 더 크게 회자됐다.

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은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미국 뉴욕, 대한민국 서울 등 세계 5개국 예술 작가들과 협업한 글로벌 현대미술 프로젝트 '커넥트(CONNECT), BTS'를 통해 다양성의 긍정, 소통, 연결 등 자신들이 추구하는 철학을 현대미술로 확장시켰다. 현대미술, 현대무용 등 새로운 영역과 조우하며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잇는 교두보 역을 할 수 있는 위치까지 격상된 것이다.

빅히트는 이번 앨범에 대해 "음악으로 세계 사람들과 경계 없는 소통을 해오며 글로벌 아티스트의 반열에 선 방탄소년단은 이번 앨범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전했다.

"데뷔 후 7년,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삶은 험난했고 성공에 가리어진 그늘 또한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내일에 보다 주목하고자 한다. 지금의 자신들을 있게 한 근원이자 주변부에 있던 자신들을 전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만들어낸 팬클럽 아미(ARMY)와 함께 주어진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RM은 2013년 데뷔 당시와 지금 달라진 것과 관련 "많은 것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음악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모든 것이 확장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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