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리뷰]코로나 악재속 분투 안타까움...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입력 2020.02.21. 17:01 댓글 0개
세종문화회관 방역...공연은 27일까지
[서울=뉴시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사진 = 수키컴퍼니 제공) 2020.02.19.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역사의 고통과 관련 예방주사는 없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가 시청각적 이미지가 아닌 고통의 촉각으로 남아 있는 이유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이후 혼란기, 1947년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4·3 사건, 6·25동란 등 근현대사의 아픔을 녹여냈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았던 지난해 MBC TV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1991~1992)를 원작으로 초연한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작가 김성종의 소설이 원작으로, 한국형 블록버스터 드라마의 원조로 통한다. 방송 당시 58.4%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대한 역사를 담아낸 36부작 대하드라마가 165분(인터미션 15분) 안에 잘 압축됐다. 사이판, 만주, 제주 등 여러 공간을 오가는 구성도 자연스럽다.

'여명의 눈동자'는 작년 초연 당시 제작사 수키컴퍼니가 투자사기를 당해 무산 위기에 처했었다. 개막을 3주 미루면서 고육지책으로 미니멀 콘셉트를 내세웠다.

특히 본 무대 위에 '런웨이 형태' 무대를 만들어 이곳을 메인 무대로 활용, 양쪽에 객석을 배치한 덕분에 배우들의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됐다.

여옥, 대치, 하림 등 전쟁과 이념으로 인해 맺어진 인연이 엇갈리고 끝내 비극으로 치달을 때의 안타까움이 객석과 직접적으로 소통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을 무대 위에서 살아내는 앙상블들의 붉어진 눈시울도 관객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사진 = 수키컴퍼니 제공) 2020.02.19. realpaper7@newsis.com

이런 공연계 안팎의 상황이 맞물리면서 '여명의 눈동자'는 지난해 상반기 화제작이 됐다. 성원에 힘입어 재연이 올해 초 국내 뮤지컬계 성지 중 한곳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입성했다.

극장이 거대해졌지만 배우들의 감정은 이번에도 잘 전달됐다. 객석을 무대 위에 마련하는 대신, 메인 무대를 왼쪽 밑에서 오른쪽 위로 이어지도록 대각선으로 놓고, 대형 스크린으로 빈 공간을 채웠다. 메인 무대는 또 경사지게 만들어 역동적인 동선을 구현해냈다. 작곡을 맡은 J.ACO의 음악도 고군분투했다.

전달 방식은 달라졌지만 인물들의 감정선과 극의 드라마를 전달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유장한 역사적 사실에 서정적이면서 아련하게 유영하는 이야기와 노래는 뮤지컬 화법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여옥이 하얀 눈으로 뒤덮인 눈밭을 거칠게 호흡하며 걸어가는 장면을 앞뒤로 배치한 '수미상관 연출'은 시적인 구성이었다.

그런데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의 외적인 상황은 이번에도 좋지 않다. 스타 배우를 출연시키는 대신 드라마로 승부를 걸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영향으로 흥행적인 측면에서 부진하다. 불가항력적인 외부의 상황에서는 속절 없다.

그럼에도 여옥 역의 김지현·최우리·박정아, 대치 역의 테이·온주완·오창석, 하림 역의 마이클 리·이경수를 비롯한 배우들과 스태프의 분투에 박수를 보낸다. 세종문화회관이 소독, 방역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만큼 예정됐던 27일까지 공연이 이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