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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전파 모드' 코로나19···유통업계 "최악의 상황"

입력 2020.02.20. 10:33 댓글 0개
회복세 있던 매출 다시 급락 예상
사태 장기화 땐 면세점 상황 심각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잠잠해지는 듯했던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확산하면서 유통업계가 또 한 번 소비 심리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월20일 첫 번째 확진 환자 발생 이후 약 한 달 간 '고객 감소, 매출 하락'에 허덕이다가 최근 상황 종식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업계는 경기 회복을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발생하고, 지난 19일에는 확진 환자가 20명, 20일엔 31명 추가되는 등 지역사회 전파가 확실시되면서 유통·외식업계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서울 시내 백화점은 코로나19가 퍼기지 시작한 1월 말부터 최근까지 매출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0%까지 하락했다. 확진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난 7~9일 문을 닫은 롯데백화점 본점은 이기간 입은 매출 타격만 2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 감소로 인한 매출 감소분까지 계산하면 이번 사태로 본점에서만 500억원 이상 손해를 본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매출 하락 규모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신세계·현대백화점도 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서 사람들이 다시 지갑을 열 거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실제로 지난 주말 롯데백화점 매출 감소폭은 약 15%였다. 휴점 이후 매출 감소폭이 20% 중반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였다. 백화점들이 보류됐던 웨딩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로 결정하는 등 각종 행사를 시작한 것도 같은 같은 이유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는 이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는 또 한 번의 매출 감소는 당연하고 더 심각한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대형마트도 긴장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대형 유통 채널 중 그나마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은 게 마트였다. 식당에 가지 않고 집에서 밥을 해먹으려는 사람이 늘면서 오히려 식품 매출이 10% 가량 늘었고, 매출 감소폭 5~7%는 온라인몰 판매량 증가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 크게 손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마트업계도 코로나19 사태가 더 길어질 경우 앞으로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마트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매출이 늘었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기반인 마트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50대 이상 고객마저 온라인 쇼핑 비중을 더 늘리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건 면세점이다.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의 2월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반토막이다. 명동 롯데면세점이 사흘간 문을 닫으면서 포기한 매출액만 약 600억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한 달 간 이어지면서 3개 면세점의 피해 매출만 해도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면세점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긴 것에 더해 코로나19 방역 체계가 이대로 무너지면 중국 뿐만 아니라 관광객 전체 규모가 급격히 감소할 거라는 예상이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이 텅 비었다. 지금 상황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고 했다.

그나마 대형 면세점은 버티고 있지만 중소·중견면세점은 회사 운영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 SM면세점은 최근 서울점 직원을 대상으로 22일까지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 검토 중인 사안이고 확정되지는 않았다고는 하지만 업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SM면세점 관계자는 "매출이 안 나오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SM면세점 뿐만 아니라 일부 다른 면세점도 무급휴직 신청을 곧 받을 거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산업으로 유통업을 꼽았다. 확진자 방문에 의한 임시 휴업 매장의 매출 손실, 해외 입·출국객 감소, 중국 소비 위축, 집합시설 기피 경향으로 인한 영업 위축 등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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