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실종된 겨울추위

입력 2020.02.16. 18:30 수정 2020.02.16. 19:55 댓글 0개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고 했다. 살갗을 에는 강추위와 사람키만한 굵은 고드름, 꽁꽁 언 개울가와 강, 호수. 그에 더해 '눈 폭탄'이라고 할 폭설 등. 삭풍(朔風)과 눈보라를 동반한 채 천지만물을 얼어붙게 만들곤 했던 겨울의 참 모습이 사라진지 오래다.

겨울 추위와 눈은 한해 농사와 관련이 깊다. 논과 밭, 과수에 깃들어 겨울을 나는 여러 종류의 해충을 죽이는게 추위와 눈이다. 이들 해충이 어느 정도 제거돼야 풍년을 바라볼 수 있다. 추위속에서도 풍년을 바라는 소박한 희망으로 버텨내곤 했던 겨울이 사라졌다. '엄동설한(嚴冬雪寒)이라는 단어 또한 가물가물해졌다. 출근을 위해 주차장과 차량에 잔뜩 쌓인 눈을 치우느라 애를 먹었던 몇년 전의 기억이 새로울 정도다.

지난해도 그러더니 이번 겨울도 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쌓인 눈이 단 한 차례도 없어 역대 처음 적설량이 '0'으로 기록됐다. 1월 기온도 기상 관측 이래인 47년 만에 가장 포근한 날씨를 보인 것으로 관측됐다. 평균 기온이 4.6도로 예년 평년(3.1도)과 비교해도 훨씬 높았다.

포근한 날씨는 개구리의 겨울잠을 일찍 깨웠다. 두꺼비의 산란 시기까지 앞당겨졌다.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포근한 겨울은 급속히 진행 중인 '지구 온난화'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구 온난화는 개구리와 두꺼비의 계절 감각을 상실케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남극과 북극의 거대한 빙하를 녹아 내리게 하고 있다. 남극대륙의 연평균 기온은 영하 10도(해안가)에서 영하 60도(내륙)에 이른다.

극강의 추위로 상징되는 이곳의 기온은 지난 50년 사이 3도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이 가장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는 역설이다. 기온이 급격히 오르고 거대 빙하가 녹아내리는 속도도 빨라졌다.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의 체온 조절에 변이를 일으키고 해수면 급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주 후반엔 때이른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겨울 끝자락인 이번주 들어 기온이 뚝 떨어지고 다소 많은 눈이 내린다지만 겨울 추위의 전반적인 실종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겨울이 겨울답지 못한 지금, 우리가 발딛고 사는 지구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김영태 주필 kytmd8617@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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