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광주서 최초로 백년가게에 선정된 맞춤한복점

입력 2020.02.14. 16:54 댓글 1개
[백년가게를 가다] 아씨주단 편
32년째 한복업 외길 인생
고객 특성 살린 맞춤 한복 제작
문화유산 지킨다는 자부심 가져


간단한 조작 한 번으로 내 위치 근처의 차량을 빌리고 현지인의 집을 빌리고 전 세계의 사무실을 빌리는 시대다.

대여라는 방식이 익숙해진 상황 속, 32년째 맞춤 한복 전문점을 운영 중인 '아씨주단'의 박우근 대표(66)를 만났다.

지금까지 오로지 맞춤 한복만 고집했다는 박 대표는 시대의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광주에 있는 한복점 중 처음으로 백년가게에 선정되신 거 축하드려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1989년부터 '아씨주단'이라는 한복점을 운영 중인 박우근(이라고 합니다.


한복과 인연이 깊으시다고 들었어요.

어머니께서 한복 바느질을 했는데 솜씨가 되게 좋으셨어요. 선친이 평생 한복만 입으셨는데 다 어머니가 손수 만든 한복이었죠.

한복을 집에서 자주 접하다 보니 색채나 디자인 감각이 자연스레 발달한 것 같아요.


오늘 의상도 예사롭지 않으신데요. 원래 옷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사준 옷이 마음에 안 들면 투정을 부리곤 했어요.

최대한 빨리 헤지게 만들거나 다른 옷으로 바꿔입었죠. 학교 다닐 적에도 멋을 부리는 편이긴 했어요.


한복이 화려한 색보다는 차분한 색이 많네요?

과거에는 원색 위주였어요. 신부들은 보통 홍치마에 초록저고리를 입었으니까요.

저희는 무채색에 가까울 정도로 톤이 다운된 색이 많아요. 색채에 맞게 디자인도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추구하고 있어요.

원자재도 원가가 높은 걸 쓰다 보니 다른 가게랑 한복 가격은 비슷하더라도 이익은 낮은 편이에요.


그게 가게가 오래갈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아요.

그렇죠. 그리고 저희는 사람마다 타고난 얼굴을 살리면서 자연스레 인품이나 미가 드러나는 한복을 만들어 드리려고 해요.

모델에 따라서, 공간에 따라서, 계절에 따라서 차이를 두는 건 기본이고요.


역시 맞춤이 다르긴 하네요. 다른 가게처럼 대여는 안 하시나요?

지금까지 영업이익이 원만한 상승세를 이어왔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해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얼마 전부터 대여도 시작했어요.

한복 대여하면 고궁이라던가 한옥마을에서 보던 게 떠오르잖아요? 그런 한복 말고 중요한 자리에 입을 수 있는 한복을 대여해드리는 거죠.


일 년에 한복 입는 날이 확 줄긴 했어요.

한복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문화유산이잖아요. 다른 나라의 전통 의복보다 활성화가 안 되는 건 안타까워요.

국경일이나 국가 행사에 민족의식을 고취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한복을 입어주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복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지네요.

1997년도에 '우리옷사랑회'라는 단체를 발족했어요. 한복업에 종사하는 분들과 의상학과 교수님으로 구성되어 있죠.

자체 개발도 하고 패션쇼나 전시회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결혼하는 새터민에게 협찬하거나 적십자사에서 봉사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손님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한복인으로서 장인정신을 가지고 영리에만 목적을 두지 않고 문화유산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임하고 있습니다.

항상 저희를 신뢰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손님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한복을 만들겠습니다.


기사·영상 김채린기자 cherish147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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