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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토요타시스템과 '코로나19'
입력 2020.02.13. 03:05 수정 2020.02.13. 19:30 댓글 0개100만 원도 하지 않는 부품이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을 멈추게 했다. 중국에서 발병한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내 국내 완성차 하청업체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에 큰 차질을 빚는, 초유의 '셧다운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이름도 낯선 '와이어링 하네스'라는 부품은 차 내부에 장착된 전기장치들에 각종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장치로 인체의 신경망과 같은 부품이다. 차 곳곳에 위치한 전자 부품들을 연결하는 부품으로, 차체에 가장 먼저 설치돼야 한다. 중국에 세워진 공장들이 2주 이상 가동을 하지 못하면서 자동차를 조립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부분 노조원의 파업으로 인해 공장이 멈춘 일은 많지만, 부품이 없어 차를 만들지 못하는 사례는 처음이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국내 완성차 회사들이 재고를 많이 두지 않고 차량을 조립할 때 공급해 주는 '도요타 방식'때문이다. TPS(Toyota Production Sytem)라고도 불리는 '도요타 방식'은 미국 포드사의 '컨테이너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일본의 자동차회사 도요타가 만들어낸 시스템이다.
'도요타 방식'은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만 만들어 재고를 남기지 않는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 즉 '무재고 방식'이다. 제조 라인의 상황에 맞춰 재료를 공급하면, 재고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는 이상적이고 혁신적인 상품관리 방식이다. 이 덕분에 도입 당시 일본에서 1인당 부가가치 1천800만엔, 재고일수 3일, 생산리드타임 10시간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이 방법을 구상해 낸 도요타는 2011년 대량 리콜에 지진이라는 천재지변까지 겹쳐 부품을 조달하지 못해 몇 달 만에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부품을 수급하지 못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상황은 도요타의 위기 그대로 재현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 회사들이 국내 공장을 '셧다운'한 기간은 일주일 정도였다. 중국 춘절 휴가까지 고려하면 이주일 분량의 재고조차 남겨두지 않는 극단적인 조립 시스템이 부른 사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일정량 이상의 재고를 놔두거나 부품 공장을 여러 나라에 두는 것이지만, 두 방식 모두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중국은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최고의 나라다. 가장 가까운 데다 값싼 임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노동자들도 많다. 단순 노동에 가까운 '와이어링 하네스' 생산은 인건비가 싼 나라에 공장을 세우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합리적이다. 중국은 자동차회사들이 '도요타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최고의 입지인 것이다.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 증대를 위해 공장의 80%를 중국에 둘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이번 '셧다운'의 원인이기도 하다.
2002년 '사스'와 2019년 '코로나19' 등 중국에서 시작된 전염병이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값 싼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고, 더 가까워 물류비용을 아낄 수 있는 곳을 찾아보면 어떨까. 개성공단 같은.
- [건강칼럼] 대화가 필요해 얼마 전 외과 동문들과 외과 교수들의 동문 이사회 모임이 있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현재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전공의 사직문제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들어보니 현재 전남대학병원의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았다. 예전에 외과의 한 교수당 하루 3~4건씩 하던 위암, 대장암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없어서, 또한 마취를 해줄 전공의가 없어서 하루에 한 건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정형외과는 아예 정규수술은 모두 취소되고 응급수술만 하고 있다고 도 했다. 교수들이 집도하는 수술이 전공의가 없어 혼자서 하다보니 힘들고 더딘데다가 교수 혼자서 전공의가 했던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 곧 번 아웃 직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이제는 거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물러설 기미없이 계속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학생들도 기약 없는 휴학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전체 유급 직전에 있어 내년에 새로 들어올 신입생과 합해진다면 의과대학 교육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고, 졸업생이 없게 되면 공중 보건의나 군의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교수들의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20개의 의과대학 및 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해 3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직까지 대학병원 진료는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필자는 작년 11월부터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에서 의료계의 대표로 의정 협상단장을 맡아 정부에게 현재 붕괴되어 가고 있는 필수, 지역의료의 문제는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의대증원은 지금 해결책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였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교육 역량을 감안하여 현재 해마다 증원하고 있는 3058명의 약 10% 정도인 350명 내외로 일단 증원을 더 해보고 점차 2년에 한 번씩 재평가하여 증원 규모를 재조정 해보자고도 비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그리고 의대증원 문제는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의정 협의체 내에서 논의하여 결정하자고 누차 강조하였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일본과 영국도 의대증원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대 정원 조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대규모 사직이나 정부의 형사처벌 공언 등 험악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합리적인 요구사항이 있으면 수용하였으며, 의대 증원을 점진적으로 하여 늘어난 의대 정원을 가르칠 교육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증원을 하였고, 구체적인 예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예산이 얼마나 들며,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를 국민과 의사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였기 때문이다.지금의 의대증원 문제는 수 십년 동안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문제점이 곪을대로 곪아 터져버린 것이다. 수 십년간 지속되던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결과가 좋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이러한 필수의료 붕괴사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문제점을 의대증원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결국 의사 수의 증원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도 정부와 의료계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의료인력 수급위원회가 있어 그곳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의료 인력을 결정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너무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정부와 의료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인력 수급 위원회를 결성하여 우리나라의료의 미래를 위하여 적정 의료 인력을 논의해야 한다.더 이상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히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기를 기대한다. 양동호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회의장 (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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