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의사 윤한덕

입력 2020.02.13. 11:18 수정 2020.02.13. 19:32 댓글 0개
서해현 건강칼럼 서광요양병원장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윤한덕.

대한민국 응급의료 기반을 닦고 틀을 세운 의사 윤한덕.

모순 덩어리 응급의료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외로이 견뎌낸 아트라스 윤한덕.

중증외상 응급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은 순교자 윤한덕.

지난 2월 4일 오전 8시,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의국에서 30 여명이 모여 윤한덕을 추모하는 조촐한 모임이 있었다. 1 년 전 오후 5시 30분, 설 연휴 첫날, 주말 내내 연락되지 않던 윤한덕은 집무실 의자에 앉은 자세로 발견되었다. 책상에는 응급의료에 관한 책과 서류가 펼쳐 있었다. 숨이 멈추고 시간이 많이 지났는지 몸은 굳어있었다. 만 51세였다.

1 주기 추모식은 보건복지부 국가보훈처 대한의사협회 전남대학교 등 각계각층에서 참여하는 성대한 규모로 추진되고 있었다. 그러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행사가 갑자기 취소되는 바람에 적은 수가 모여 추모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었다.

이날 또 하나의 중요한 이벤트는 윤한덕의 일생과 업적을 기록한 평전 '의사 윤한덕' 공개였다. 그의 삶과 업적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두 권의 책으로 정리됐다. 작가 김연욱이 90명 이상을 인터뷰하고, 10개월 동안 성실하게 조사하고 탐구하며, 공개된 기록과 비공개 자료들을 모았다. 윤한덕의 삶을 기록한 1부와 대한민국 응급의학 발전을 위한 사명을 기록한 2부, 증언과 자료를 통해 삶의 발자취가 자세히 기록되었다. 정확하고 깔끔한 작가의 필력이 돋보인다. 적절한 인터뷰와 자료 인용이 이해를 돕는다.

'의사 윤한덕'은 51년 길지 않은 삶을 불꽃처럼 살다 간 그의 발자취를 잘 보여준다. 응급의학과 의사 25년, 그는 홀로 분투하며 대한민국 응급의료시스템을 혁신했다. 지옥 같던 우리나라 응급실을 세계적 수준으로 개혁하는 행정가로 일한 17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도와 예산을 만들고 시스템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국회, 정부부처들, 병원과 의사들 사이 갈등을 조정 해결하며 끈기로 버티고 이겨냈다. 무거운 짐을 홀로 지고 지치고 쓰러지고 넘어지지만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는 윤한덕이 보인다. 힘들고 어렵고 상처받았지만 목표를 향해 행진하는 순교자 윤한덕을 만나는 느낌이다.

한 때는 그도 가정에 충실한 남편이고 좋은 아빠였다. 보건복지부 서기관 초임시절, 주말에는 볼링도 하고 놀기도 많이 했다. 가족들과 가을에는 캠핑장, 겨울에는 스키장을 갔다. 그러나 업무가 늘면서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아졌다. 그는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일했다. 지독한 책임감이었다.

사망 전 1주간 업무시간 129시간 30분, 4주간 주 평균 업무시간 121시간 57분, 12주간 주 평균 118시간 42분. 사망 전 12주간 휴일도 없이 주·야간근무. 업무가 과중했지만 그는 피할 생각이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살인적 업무였다. 사인은 고도의 심장동맥경화에 따른 급성심정지. 과로와 스트레스에 의한 사망이었다.

의사 경력 25년인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죽은 뒤 남긴 재산을 보고 사람들은 놀랐다. 경기도 안양시에 1억원 전세대출을 낀 25년 된 31평 아파트. 임상의사로 일하면 편하게 살면서 두세 배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데. 사망할 당시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이외에도 응급의료기획연구팀장과 응급의료평가질향상팀장 두 보직을 겸직하고 있었다. 팀장 자리 두 개는 박봉과 과로 때문에 의사들이 기피하여 오래 동안 공석이었다.

우리는 윤한덕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이국종 교수는 추도사에서 "한반도 전체를 들어 올려 거꾸로 털어보아도, 선생님과 같이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두려움 없이 헤쳐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국민을 위해 헌신한 참 의사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윤한덕은 의사(醫師)일 뿐 아니라 의사(義士)이다. 독자들에게 권한다. '의사 윤한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만나고 그를 알기를 기대한다. 그의 의로움과 위대함을 널리 알리고 기리고 본받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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