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학사모

입력 2020.02.12. 18:15 수정 2020.02.12. 20:13 댓글 0개
양기생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학사모는 대학교 졸업할 때 쓰는 모자다. 형태가 사각이어서 사각모라고도 불린다. 학사모는 학사 학위자에게 주지만 석사학위자, 박사학위자도 쓴다.

학사모는 과거 상아탑과 함께 대학을 상징했었다. '긴 가방끈'의 대명사였으며 때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가난한 농사꾼의 자식이 4년제 대학을 나온 경우가 드물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 어머니들은 논고랑에서 뼈 빠지게 일하며 납부금을 마련했다. 아들 녀석 대학 보내기 위해 힘든 노동의 고통을 감내하셨다.

마침내 졸업하던 날, 부모와 친척들이 모두 모여 기념촬영을 하며 아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아들은 고생하신 어머니에게 학사모를 씌어드리며 쉽게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속의 미안함을 대신했다.

그렇게 학사모는 대학의 상징이었고 가문의 영광이었다.

요즘은 학사모가 흔해 빠져 희소성이 줄면서 예년과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모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중학교 졸업생 13명이 학사모를 반듯하게 차려입고 식장에 들어오는 모습이 어색했다. 대학 졸업식 때 보던 학사모를 어린 학생들이 입고 즐거워하는 표정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마저 느꼈다.

신종 코로나의 위력 앞에 학사모가 사라져 버렸다. 지역 대학들이 일제히 졸업식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개인별로 학사모와 학사복을 대여해 주고 포토존도 설치해 편의를 제공해주기로 했다.

누구에게는 평생 원하던 순간이기에 고대했을지 모른다. 학사 학위자도 그렇지만 석사나 박사 학위자들은 일생에 단 한번의 졸업식일 텐데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일부 대학은 가을학기 졸업식 때나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대학원생 상당수가 직장인이거나 외국인인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은 낮다. 학사모 쓰고 기념촬영하기 위해 광주에 다시 오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위력을 떨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일상생활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학사모가 사라진 2020년 2월 지역대학가 풍경을 역사는 어떻게 평가하고 기록할지 궁금해진다. 양기생 사회부 부국장대우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