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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울정치꾼들의 비뚤어진 湖南觀-김무성·임종석·호남유권자가 꽃놀이패인가
입력 2020.02.07. 10:21 수정 2020.02.09. 18:58 댓글 0개4·15총선이 다가오면서 각 정당에서 벼라별 전략이 다 튀어나오고 있다. 21대 총선이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이자,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새로운 선거법에 의해 치러지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비례대표 전문 정당'까지 등장하고 있다.
새 선거법으로 위성정당 등장까지
그런데 이보다 더 웃기는 일은 자유한국당의 김무성 의원과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씨를 호남권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출마시키자는 보도가 아닌가 싶다.(무등일보 2월 4일자 3면) 이 보도에 의하면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6선의 김무성 의원(부산 중구·영도구)의 광주 차출론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또 더불어민주당 한 인사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호남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김무성 의원은 이미 21대 총선 불출마를, 임종석 전 실장도 정계은퇴를 밝힌 바 있다. 하여 이런 움직임은 정치모리배들의 꼼수이자 호남무시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명분은 이런 것 같다. 김무성 의원의 부친이 광주와 인연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부친은 일제가 남긴 적산(敵産) 공장을 미군정으로부터 남겨받아 전남방직으로 운영했으나 현재는 존재가 희박해진 기업이다. 임종석 전 실장은 고향이 장흥이라는 연고 딱 하나뿐이다.
그러나 서울의 정치꾼들에게는 이런 생각이 깔려있는 것 같다. 김무성 의원은 어차피 출마하지 않을 버릴 패이다. 또 호남에서 득표할 후보를 찾을 생각도 없다. 그러므로 김 의원을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옮겨 정당 득표율이라도 높여보자는 술책이 아닌가 싶다. 임종석 실장에게 호남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명분은 4년 전 민주당이 국민의 당에게 참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여 이번에 다수의 당선자를 내도록 선도적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자연스럽게 국회에 진출할 기회도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며 미끼를 던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임 실장이 종로에서 당선된 이낙연 후보와 함께 등원할 경우 차기 대선을 놓고 호남 의원들 간에 내분이 불가피해지고, 그 역시 지방정치인으로 주저앉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 기회에 다른 지방 대선후보가 어부지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임 전 실장이 이런저런 뒷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그가 30년 이상 생활해 온 수도권에서 정정당당하게 출마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의 '책사'들이 김무성·임종석을 들먹이는 것은 결국 호남을 바둑에서 '꽃놀이패'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꽃놀이패란 한쪽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고 다른 한쪽은 별 손해가 없는, 한쪽에만 유리한 패를 말한다. 그러니까 김무성이나 임종석, 그들을 상대로 투표해야 하는 호남 유권자는 피해를 보는 쪽이고, 두 사람을 들먹이다가 '안되면 말고' 치부하는 정당 측은 손해 볼 게 없는 패라는 것이다.
호남 유권자들은 초지일관 정치를 개혁하려는 정당을 지지해 왔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안철수의 국민의 당을 지지한 것도 그가 정치개혁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개혁은 하지 않고, 5·18을 비난하는 국회의원을 감싸고 호남인재를 발탁하지 않았기에 외면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4년간 정치환경이 20대 총선 때와 달리 많이 변했다.
호남은 정치개혁 정당 지지…꼼수 안돼
하여 호남 유권자들이 21대 총선에서 어느 정당을 선택할지 자못 궁금하다. 정치는 호남의 표심처럼 이렇게 정정당당하게 가야한다. 그런데도 아직도 김무성·임종석을 들먹이고 호남유권자를 우습게 보는 정치모리배들이 남아 있다니 안타깝다.
- <기고>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나는 파리 19구에 산다. 서민 동네이자 치안이 나쁘기로 소문난 구역이라 한국인은 거의 만나기 어렵다. 옆방 이웃은 난민 출신이다. 우리는 파리 주민이자 이방인이다. 남의 나라에서 남루하게 살아가는 처지라 생활이 풍족하지는 않다. 대신에 1980년대 한국 달동네에서 있었을 법한 일화가 가끔 일어난다. 어느 방에서 아이가 너무 울면 문을 열어 남의 아이를 안고 달래준 달지, 이 빠진 접시에 음식을 담아 맛보라고 가져다준달지….벽은 소음에 취약해 옆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상히 알려준다. 이웃으로 살면서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소리로 확인한다. 옆방에서는 아프리카 노래가 자주 흘러나온다. 엄마는 아이에게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밝은 리듬에 콩룩콩탁 거리는 발음이 사랑스러운 노래다. 내용을 알 수 없지만 밝고 흥겹다. 때로는 이 귀여운 노래 위에 시름이 느껴질 때도 있다.낯선 리듬과 노랫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면 새댁의 하루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옆방에서는 나의 한국어를 꽤나 들었을 것이다. 내가 일 때문에 지방에 며칠 다녀왔을땐 내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며 새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한 적도 있다.옆방 새댁이 어떤 경로로 파리에 오게 됐는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이를 데리고 미장원으로 출근한다는 정도만 안다.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옆방 모자를 만났다. 넓은 천을 이렇게 저렇게 꼬아 머리에 두르고 아프리카 스타일 프린트가 화려한 외투로 한껏 차려입었다. 예쁘다. 지하철 의자에 나란히 앉은 모자를 맞은편에 앉은 내가 핸드폰으로 찍는다. 엄마 등에 업혀 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칭얼대던 아기는 어느덧 엄마에게 프랑스어로 떼를 쓸 정도로 컸다.일하러 가느냐고 그녀가 내게 묻는다. 지하철 창문 쪽으로 유리 닦는 시늉을 하며 청소라고 프랑스어로 발음한다. 나는 요즘 청소 일을 한다."이브람 엄마도 일하러 가요? 미장원이 어디에 있어요?" "아뇨, 오늘 일 안 해요. 그런데... 20유로... 있어요? 20유로만 빌려줄 수 있어요?"돈 빌려달라는 말에 머릿속이 순간 복잡해진다. 20유로면 3만 원정도 된다. 지갑 속에는 꼬깃꼬깃한 5유로짜리 지폐와 동전이 들었다. 주로 카드를 사용하니 현금 가지고 다니는 일이 드물다. 잠깐 고민 후 돈이 없다고 대답한다. 새댁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표정에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해 미안할 지경이다."이브람 엄마, 집에 지갑 놓고 나왔어요?" "미장원 일 못한 지 한 달도 넘었어요. 체류증이 끝나서 일 못해요. 먹을 게 없어요. 파리에 친구가 없어요."난민 체류자격 기한이 끝나 미장원에서 해고된 모양이다. 프랑스에서 체류증 없이 노동하는 건 불법이다. 두 모자가 지하철에서 내린다. 엄마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연신 흔들며 아이가 떠나는 내게 인사한다. 옆방에 사는데 밖에서 만나니 새삼 반가운 모양이다. 아이의 작고 까만 손을 바라보며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유튜브 아카이브에서 1980년 어느 날의 '이종환의 디스크쇼' 오프닝이 들린다.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이따금 향수병에 시달릴 때 한국 라디오가 위안이 돼준다.성북구 종암동 이창수 씨의 엽서입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열망하는 나의 사랑을 믿으십시오…. 어느 청취자의 절절한 사랑고백이다. 1980년 이창수 씨는 그녀에게 구애하며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를 신청했다. "당신이 지쳐 작게 느껴질 때 두 눈에 눈물 고일 때 내가 눈물을 닦아드릴게요. 당신이 잘 지내지 못하고 당신이 길에서 떠돌 때 나는 당신의 편이에요. 외로운 당신을 위해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당신을 지켜줄게요…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창수 씨는 사랑을 이루었을까. 험한 세상에서 그녀를 위해 다리가 되어주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준 적 있는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인다.지하철에서 찍은 사진을 새댁에게 전송한다. 사진 속에서 아이가 손가락으로 V를 그려 보이고, 엄마는 공작새처럼 화사하게 웃고 있다. "메르시 마마"라고 답장이 온다. 신혜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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