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피곤하고 지치지만 제 의무니까요"

입력 2020.02.07. 19:09 수정 2020.02.07. 19:09 댓글 4개
비상근무태세 돌입 광주 광산구 보건소
새벽 귀가 쪽잠 일쑤…밤 새는 날 허다
1초도 쉬지 않고 울리는 전화기 붙잡고
부족한 인력으로 방역 업체에도 '읍소'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광주 광산구 보건소 직원들이 끊임 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응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접어들면서 푹 자본 일이 없네요. 새벽 두 세시에 들어갔다가도 아침 일곱시에 다시 나오곤 해요. 어쩔땐 보건소에서 밤을 지새기도 해요."

광산구 소재 병원에서 2명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하고 나주 확진자의 직장과 접촉자들의 격리 장소까지 자리잡은 광산구는 현재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광산구 보건소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최일선에 서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광주 광산구 보건소 직원들이 자가격리 대상자 가정에 전달할 구호물품을 마련하고 있다.

7일 오후 방문한 광주 광산구 보건소는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으나 내부 직원들은 퇴근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기존 보건행정과와 건강증진과는 비상방역대책상황실로 바뀌어 방역과 구호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광산구 보건소는 일반 진료가 중단되고 전 의료진은 일선 현장에서 의심환자를 대하고 있다.

상황실에서는 구호물품의 배분, 방역요청 접수시 방역을 지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전화기가 울리자 한 직원이 받았다. 어느 어느 지역에 구호물품이 부족하니 보내달라는 요청이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또다시 전화가 울려 직원을 놓아주지 않았다. 자가격리자 상황을 묻는 전화였다.

상황실 복도에는 구호물품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고 직원들은 구호물품 요청이 있을때마다 즉각즉각 물품을 조달해 밖으로 나갔다.

보건행정과 감염병관리팀은 지난해에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맞아 감염병 예방을 위해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적 있다. 1년도 되지 않아 신종 코로나 사태로 전 직원들이 다시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현재 가장 핵심 업무는 방역이다. 16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21세기 병원의 경우 환자가 들어가고 나갈때마다 방역을 하고 있고 있다. 그밖에도 공공시설과 확진자의 동선 인근에도 방역을 하는데 보건소 방역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일반 방역 업체에도 일을 의뢰한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방역 업체들이 우려할 때마다 시민의 건강을 위해 업체들에 설득 반 부탁 반 하며 방역에 임한다.

1초도 쉼없이 업무가 발생하는 상황인 터라 취재진이 질문을 하는 것조차 미안한 상황이었다.

"피곤하실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방역업무 담당자는 그저 씩 웃으며 "괜찮아요. 해야 할 일인데요"라고 말했다.

끼니도 제때 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일을 하기 위해 억지로 먹고 있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새로운 확진자와 관련된 소식이 뉴스로 전해질때마다 주민들의 방역 요청도 급증한다.

마스크 구하기도 어려워 광주시를 통해 마스크를 구하고 있다. 대량을 구하는 건 고사하고 서너박스씩이라도 떼어오는 식으로 구한다.

상황실 옆에서는 오늘도 새로운 접촉자들에게 전달할 구호 물품을 마련하는 작업이 열중이었다.

폐기물 전용봉투, 체온계, 마스크 25개, 손소독제, 살균소독제, 매뉴얼이 담긴 종이봉투 100여개를 일일히 제작하고 이날 저녁에 가가호호 방문해 전달한다.

정신 없는 일상 중에도 신종 코로나 대응이 부실하다는 식의 부정적인 뉴스가 전해지고 악플이 달릴 때면 힘도 빠지지만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

광산구 관계자는 "비상근무체제를 맞아 21개 동에서도 상황전파를 위해 비상근무인원을 두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 사태로부터 주민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역할을 하겠다. 직원들에게는 초과근무 수당을 57시간 제한을 초과해서라도 지급하거나 대체휴무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이성호기자  seongho@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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