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카드 빌려주면 수수료' 광주서 530명 당했다

입력 2020.01.29. 18:31 수정 2020.01.29. 18:31 댓글 0개
신용카드대납사기 피해액만 260억 상당
30일 제윤경 民 의원 주최 간담회 개최
2차 피해 대응 방안 및 법률상담도 진행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뉴시스DB

광주에서 자영업을 하는 A(50)씨는 지난해 3월 지인으로부터 B씨를 소개 받았다. 그는 '서민들은 모르고 부자들만 아는 재테크 방법'이라며 A씨에게 은밀한 제안을 해왔다. 기업의 세금을 신용카드로 대신 결제해주면 다달이 원금과 함께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는 것. 자금 보유율이 적은 업체로서는 목돈 지출을 줄일 수 있고, 카드 명의자는 부수입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득했다.  

카드 한도가 높지 않았던데다 낯선 방식이 걱정스러웠던 A씨는 제안을 거절했지만 B씨는 대납이 가능한 은행ATM 메뉴와 카드사 특별한도 상향 서비스 등을 알려주며 A씨를 안심시켰다. 실제로 시중 은행 ATM기에는 타인 명의의 신용카드로 세금 등을 대납할 수 있도록 하는 메뉴가 있다. 카드사 역시 세금 납부, 결혼, 차량구입 등 카드 명의자가 임시로 큰 금액을 결제해야 할 경우에 한도를 올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A씨는 이를 통해 300만원이던 한도를 3천500만원까지 끌어올렸고 B씨에게 카드를 양도했다. 그 대가로 매달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100만여원 상당을 수개월동안 받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B씨는 그간 지급해왔던 수수료는 물론 카드대금 결제까지 미루더니 결국 잠적해버렸다.

아내 명의의 신용카드까지 한도를 높여 '위험한 재테크'를 하던 A씨는 결국 부부합산 2억4천만여원의 빚만 떠안게 됐다. 집을 팔아 아내의 체무 1억원은 갚았지만 지금은 이혼남에 파산신청까지 한 신세가 됐다.

이른바 '신용카드 대납 사기 사건'으로 광주가 들썩이고 있다.

각종 국세 납부를 위해 신용카드를 빌려주면 대금과 약간의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피해를 입은 이들만 530여명에 달한다. 대부분이 광주시민들이다. 확인된 피해액만도 260억원에 달한다.

잠적했던 일당 등 2명은 지난달 말 사기 혐의로 광주 북부경찰서에 구속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사실상 주범인 C(50)씨는 잠적해 기소 중지된 상태다.

이와 관련 피해자들은 30일 광주 서구 치평동 5·18교육관에서 '신용카드 대납사기 피해시민 간담회'를 연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광주에서 발생한 260억원 규모의 '카드깡' 사기 피해자 100여명을 비롯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의원, 주빌리은행 금융복지상담사, 광주신용보증재단 및 광산구금융복지센터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간담회는 피해 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2차 금융피해 사례를 듣고, 금융피해 발생 시 대응방안에 대한 교육과 함께 개별 상담을 희망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현장상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카드사를 상대로 한 고발도 준비 중이다. 부정거래 방지 시스템이 허술해 피해를 키웠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이번 사건의 전체 피해금액의 60% 이상이 카드사의 특별한도 상향 서비스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A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수 년을 노력해도 안 되던 일반 한도 100만원 상향이 지방세 대납으로 단 몇 개월만에 수 천만원씩 뛸 때 의심했었어야 했다. 다소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부수입을 벌어보고자 했던 것이 이런 결과로 돌아올 줄 몰랐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카드사가 사실상 부정 거래를 눈감은 셈"이라며 "카드사의 책임이 큰 만큼 피해자들과 힘을 모아 카드사 등에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현정기자 doit85@srb.co.kr

# 관련키워드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