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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외화보유 상당, 견딜만한 수준···제재 지속되면 충격"
입력 2020.01.28. 06:00 댓글 0개보유 외화 감소 정도에 따른 환율·물가 변화 분석 결과
2014년 기준 北 보유 외화 규모 30~66억달러로 추정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대북제재 이후 북한의 외화자금 사정이 악화됐지만 아직 고갈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재 북한의 물가와 환율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 수준의 '가치저장용' 외화를 보유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대북제재가 지속될 경우 보유 외화가 바닥을 치게 되고 물가와 환율이 급등하면서 북한 경제가 '외환위기'와 같은 충격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됐다.
28일 한국은행의 BOK 경제연구에 게재된 '달러라이제이션이 확산된 북한경제에서 보유외화 감소가 물가·환율에 미치는 영향(문성민 한은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김병기 금융통화연구실장 작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대북제재 확산으로 북한의 무역적자와 보유외화가 감소했음에도 물가와 환율은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북제재가 본격화된 2017년부터 북한은 매년 10억달러 이상의 외화수지 적자를 내고 있다. 무역수지는 2017년 기준 20억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북한의 대미 달러환율은 2013년 1분기 8577북한원을 기록한 뒤 2분기말 기준 8000북한원 내외로 등락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1㎏당 6422북한원까지 상승했던 쌀 가격도 현재 4000~5000북한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만약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가 고갈됐다면 물가와 환율 변동폭도 커졌을 텐데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북한의 물가·환율을 안정시킨 '달러라이제이션(미 달러화가 자국통화로 대체되는 현상)'만으로 흐름을 해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연구팀은 북한의 보유외화 감소 정도에 따라 물가와 환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모형 분석을 통해 살펴봤다.
분석 결과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자금 중 '가치 저장용(자산대체 수단)' 외화량이 줄어도 '거래용(통화대체 수단)' 외화량이 감소하지 않는 한 환율과 물가는 안정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이후 북한의 외화수지가 큰 폭 적자를 냈지만 물가가 안정된 것도 가치 저장용 외화량만 변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 규모는 2014년 기준 30억1000만달러~66억3000만달러로 정도로 추정됐다. 이중 가치저장용 외화는 20억1000만달러~42억8000만달러, 거래용 외화는 10억달러~23억5000만달러였다. 북한 경제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기 때문에 연구팀이 중국,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등 구사회주의 국가의 국민소득 대비 통화량 비율을 통해 북한의 현금 통화량을 가정해 계산한 결과다.
보유 외화 감소 정도에 따라 가치 저장용 외화만 줄어드는 경우를 '초기단계', 거래용 외화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경우를 '중간단계', 거래용 외화가 더 많이 줄어드는 경우를 '최종단계'로 구분하면 북한은 아직 초기단계에 진입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외화가 줄었지만 가치 저장용 외화를 상당수준 보유해 견딜 수 있는 정도로 보인다"며 "아직 저장용 외화를 거래용으로 사용하기 있기 때문에 북한 시장에서의 물가와 환율이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저장용 외화량이 바닥 나 거래용 외화까지 감소하는 상황이 올 경우 환율과 물가가 급등하며 경제적 충격이 커질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연구팀은 "여러 가정에 근거해 이번 연구 결과가 실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북한은 폐쇄경제이기 때문에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이 왔을 때 어떤 식으로 경제에 파급효과가 나타날지는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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