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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가 출판의 교육적 가치
입력 2020.01.27. 13:33 수정 2020.01.27. 13:52 댓글 0개필자는 독서교육에 관심이 많은 국어교사이다. 매년 학생들의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매주 1시간 독서 및 독서활동, 1박2일 독서캠프, 만 쪽 읽기 프로젝트, 1학기 1권 고전읽기 등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매년 역부족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특히 스마트폰, 유튜브 등 자극적인 볼거리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은 점점 책에서 멀어져 가고 있고, 집중력도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실시하는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만 19세 이상 성인 6천명과 초등학생 4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3천여 명 대상)에 따르면 2017년 성인의 독서량은 8.3권으로 2007년 이후 계속 감소했던 반면, 2011년 이후 크게 증가했던 학생의 독서량은 2015년 29.8권에 비해 처음으로 1.2권 감소했다고 한다. 평소 책 읽기를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는 성인 32.2%가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라고 답했고, 학생 29.1%가 학교와 학원 때문이라고 답했다. 성인 19.6%는 휴대전화 이용과 인터넷 게임을 이유로 들었고, 15.7%는 다른 여가 활동으로 시간이 없다고 대답했다. 학생 21.1%는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 18.5%는 휴대전화, 인터넷, 게임 하느라 시간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나마 희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인식(성인 59.6%, 학생 51.5%)한다는 것이었다. 책을 봐야 하고 책을 보는 것이 좋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독서를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아쉬워한다고 해석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성인, 학생 10명 중 7명(성인 73.4%, 학생 71.9%)은 책읽기가 사회와 학교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였다. 그리고 독서량이 많을수록 독서의 유용성이 높다고 하였으며, 이는 독서를 함으로써 얻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성인, 학생 모두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책으로 접근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이 좋은 독서'를 조금 더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게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하다 '자가 출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기만 하는 독자가 아니라 작가가 되어 책을 출판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면 독서가 삶으로 서서히 스며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몇 년 전이라면 이런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출판이라는 것이 글을 썼다고 출판사들이 쉽게 받아주는 것도 아니고, 잘 쓴 글이라도 까다로운 계약조건이며 복잡한 수수료 문제, 지나친 검열 등으로 ISBN(국제표준도서번호, 전 세계 모든 도서의 초판 및 개정, 증보판의 발행에 앞서 붙이는 13자리 고유번호)을 받고 출간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고 있었다. 자가 출판은 책을 쓴 작가가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저작물을 기획, 편집, 출판, 유통하는 것을 말하는데, 자가 출판을 지원하는 시스템과 사업자들이 플랫폼을 만들어 편집, 출판, 유통을 대신해 주어 전자책은 물론 종이책을 쉽게 출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 아마존은 물론 국내에서도 교보문고 등 다양한 자가 출판 지원 플랫폼 업체들이 등장해 있었다. 주변 선생님들 중에서도 이미 2년 전부터 학생들과 함께 만든 시집을 몇 권 째 출간하고 있었으며, 이에 필자도 작년 학생들과 함께 만든 자서전 22편을 묶어 책으로 출판했다. 당당히 ISBN 979-11-272-9026-9를 달고 말이다. 작가가 된 학생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올해도 자가 출판과 연관된 수업을 구상하고 있다. 작가가 되어 책이 삶 속으로 스며드는 경험을 한 이들은 분명 독자로도 행복할 것이며, 삶 자체가 책의 향기로 충만할 것이라 믿는다. 자가 출판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이 좋은 독서'의 세계로 이끄는 방법을 교육계와 사회는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2019년 국민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조심스럽게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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