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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견책···스쿨미투 징계, 줄줄이 '감경'

입력 2020.01.27. 08:00 댓글 0개
교육청 8명 파면 요구에 사학법인 '파면 의결 0'
중징계 32→14명, 경징계 7→15명, 경고 5→8명
"법인이 봐주기 징계하면 교육부(청)가 재심해야"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광주교육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스쿨 미투(#MeToo)' 연루 교사들에 대해 5∼6단계의 파격적인 감경 조치가 최종적으로 내려져 논란과 우려를 낳고 있다.

교육청 감사결과를 일부 사학 재단에서 사실상 뒤집은 것으로, 징계 심의 절차 등에 대한 법률적 맹점을 보완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광주시 교육청과 일부 사학법인에 따르면 시 교육청은 자체 감사와 검찰 수사, 징계 심의 결과 등을 토대로 지난해 7월을 전후로 학교법인 H학원 산하 D여고, D학원 M고, J학원 J고, S학원 S중 등 4개 사립 중·고 교사 39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5명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인 경고 조치를 요구했다.

징계 수위는 파면 8명을 비롯해 해임 16명, 정직 3개월 6명, 정직 2개월 1명, 정직 1개월 1명 등 중징계가 32명에 달했고, 경징계는 7명으로 감봉 3개월 2명, 감봉 1개월 2명, 견책 3명 등이다.

해당 학교 법인들은 자체 징계위를 열어 일부 교사들에 대해 감경 처분을 했다가 교육청의 재심 요구로 지난해 10월 이후 차례로 2차 심의를 벌여 최종 양정을 확정했다.

재심 결과, 중징계는 해임 8명, 정직 3개월 4명, 정직 2개월과 정직 1개월 1명씩 모두 14명이고, 감봉 3개월 2명, 감봉 1개월 6명, 견책 7명 등 15명에게는 경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또 8명에게는 경고 처분이 결정됐고, 불구속 기소돼 2월과 5월에 정식재판을 앞둔 5명에 대해서는 의결이 보류됐다.

교육청 요구수위와 비교하면 가장 무거운 파면은 8명에게 요구됐으나 실제 파면은 한 명도 없고, '교단 퇴출'을 뜻하는 해임도 16명이 대상이었으나 실제론 8명으로 반토막에 그쳤다. 퇴출 위기에 놓였던 교사 대부분은 이미 복귀했거나 올해 3월부터 같은 학교 교단에 설 수 있게 됐다.

정직 이상 중징계는 32명 요구에 14명으로 줄어든 반면 경징계는 7명 요구에 15명으로 배 가량 증가했다. 경고 처분으로 징계를 면한 교사도 5명에서 8명으로 늘었다.

M고 교사 3명의 경우 당초 해임이 요구됐으나 지난해 10월 1차 심의에서 정직 1개월로 3단계 감경된 데 이어 이달 9일 재심에서 또 다시 대폭 감경돼 최종 견책 처분을 받았다. 두 번째로 무거운 중징계 위기에 놓였다가 경징계 중 가장 가벼운 처분을 받은 셈이다.

심지어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으로 벌금 400만원이 선고된 교사는 해임에서 견책으로 대폭 감경된 반면 똑같은 해임 요구를 받은 같은 학교 어느 교사의 경우 최종 해임 처분돼 형평성 논란도 낳고 있다.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이 요구됐던 또다른 교사는 1차 징계에서 감봉 1개월로 경감된 뒤 재심에서는 아예 비징계 처분인 경고조치를 받았다. 이 학교 중징계 대상 11명 중 9명이 경징계로 낮아졌고, 중징계 대상 2명과 경징계 대상 1명은 경고에 그쳤다.

D여고의 경우 중징계 대상자 15명 중 4명이 경징계로 조정됐고, J고에서도 중징계와 경징계, 경고 대상자 각각 3명, 1명, 1명 중 각각 1명에 대해서만 해당 처분이 내려졌고, 나머지는 재판 등을 이유로 의결이 보류됐다. S중은 연루자 4명 모두 중징계 대상에 올랐으나, 1명만 경징계(감봉 1개월)로 감경됐고, 나머지 3명은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교육청 요구에 비해 징계수위가 일선 학교에서 대폭 낮아진 데는 사학의 자율성과 법적 맹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육청은 일부 교사들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됐으나, 학생들이 심적 부담으로 경찰이나 검찰 진술을 거부한 데 따른 조치가 적잖은 데다가 2017년 개정된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대한 규칙'에 따라 성범죄자들에 대해 무관용 원칙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무더기 중징계를 요구했다. 교육공무원으로서의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기본적 판단도 깔렸다.

그러나 학교 법인들은 "사학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자체 심의를 거쳐 합리적 수준에서 징계 수위를 정했다는 입장이다. "학교를 위해 오랜 세월 성실하게 노력했고, 개전의 의지가 뚜렷하다는 점도 넉넉히 반영됐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학교 측 징계 수위가 가볍다고 인정될 경우 교육청은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고 해임이나 징계, 재심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법인 측이 형식적이나마 징계 처분을 내리고 재심을 열 경우 최종 재심 결과에 대해 징계를 다시 요구하거나 통제할 길이 없다. 대법원 판례로도 법인의 이같은 보호망은 보장돼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과도한 감경과 국·공립교사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관련 규정 손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실제로 국회에서는 학교 법인의 징계가 가벼울 경우 교육부나 교육청에 설치된 징계위원회가 직접 재심을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또 성 비위 사안에 대해서는 관련 전문가를 출석시켜 의견을 듣거나 전문가가 작성한 의견서를 징계위에 제출해 공정한 심의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5단계 이상 징계를 낮춘다는 건 결국 성 비위 감사 결과를 무력화시키고, 징계 양정 규정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라며 "제도 개선과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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