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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캐한 냄새·뒤틀린 문' 태국인 3명 숨진 화재 현장 참혹

입력 2020.01.26. 13:40 댓글 0개
[해남=뉴시스]변재훈 기자 =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으로 꾸려진 합동감식반이 26일 오후 전남 해남 현산면 외국인 근로자 숙소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이기 위해 주택에 들어가고 있다. 앞서 전날 오후 3시37분께 이 숙소에서 발생한 불로 태국인 국적의 근로자 3명이 숨졌다. 2020.01.26. wisdom21@newsis.com

[해남=뉴시스] 변재훈 기자 = "불에 탄 매캐한 냄새가 나서 밖에 나오기 힘들어요"

26일 오전 전남 해남군 현산면 외국인 근로자 숙소 화재 현장.

불이 난 숙소는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층 구조의 주택이었다. 주택 한쪽에는 상품포장을 마친 김을 저장하는 창고를 잇는 통로가 보였다.

숙소의 깨진 유리창과 마구잡이로 뜯겨진 방충망은 급박했던 화재 당시 상황과 진화작업을 짐작케 했다.

목재 소재의 창틀은 새까맣게 타 있었고, 실내로 들어가는 미닫이문은 화마에 뒤틀려 열고닫을 때마다 삐그덕거렸다.

경찰의 출입통제선 바깥 먼 발치에서 보기에도 주택 실내는 검게 그을려 있었다. 구조물만 유지했을 뿐, 사람이 살았던 집으로 보기 힘든 형상이었다.

마당 주변에 널려있는 신발과 옷가지를 통해 이 곳이 한때 거주지였던 점을 상기시켰다.

합동감식에 나선 경찰이 현장 보존을 위해 창문에 설치한 가림막을 일부 걷어올리자, 매캐한 냄새가 더욱 코를 찔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소방당국은 사망자가 발견된 큰 방을 비롯해 주택 내부 곳곳을 들여다봤다.

숨진 태국인 남녀가 발견된 거실 인근 화장실도 유심히 살펴보며 화재 당시 상황을 추론했다.

아수라장이 된 화재현장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한 주민은 "인근 김 가공 공장이 최근 재영업하면서 지난 21일 오후부터 태국인 근로자들이 살기 시작했다. 마을에 온 지 사흘가량 돼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젊은 사람들이 타향에서 고통스럽게 숨을 거뒀다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해남=뉴시스]변재훈 기자 =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으로 꾸려진 합동감식반이 26일 전남 해남 현산면 외국인 근로자 숙소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이기 앞서 현장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앞서 전날 오후 3시37분께 이 숙소에서 발생한 불로 태국인 국적의 근로자 3명이 숨졌다. 2020.01.26. wisdom21@newsis.com

불길에 타고 그을린 주택에서 나는 연기 냄새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주민도 있었다.

한편, 설 당일이었던 지난 25일 오후 3시37분께 해남군 현산면 외국인 근로자 숙소로 사용하는 주택에서 불이 나 A(29)씨 등 태국인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숨졌다.

인근 김 가공공장 일용직 근로자인 이들은 숙소 내 큰방과 거실 옆 화장실 등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방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숨진 A씨 등에 대한 부검을 진행한다.

[해남=뉴시스]변재훈 기자 =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으로 꾸려진 합동감식반이 26일 오후 전남 해남 현산면 외국인 근로자 숙소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이기 위해 주택에 들어가고 있다. 앞서 전날 오후 3시37분께 이 숙소에서 발생한 불로 태국인 국적의 근로자 3명이 숨졌다. 2020.01.26.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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