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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쌍용차 지원 요청 수용할까

입력 2020.01.26. 06:00 댓글 0개
혈세 투입에 대한 비난 여론 직면 가능성
노동자 46명 무기한 휴직 통보...일자리 압박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답변을 하고 있다. 2019.10.14.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쌍용자동차가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재정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산업은행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6일 쌍용차 의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사장은 산은을 방문해 이동걸 회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날 면담은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 요청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대한 투자 의지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엔카 사장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침체 등으로 쌍용자동차의 영업 실적이 악화됐으나 대주주로서 쌍용차 회생을 위한 책임있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또 "직접 투자계획 외에도 쌍용차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산은은 쌍용차가 충분하고도 합당한 수준의 실현 가능한 경영계획을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동참과 협조하에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업계는 고엔카 사장의 산은 방문이 사실상 쌍용차 재정 지원 요청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 임직원들에게 흑자전환을 위해 앞으로 3년간 5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2300억원은 직접 투자 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2700억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산은을 비롯한 국내 금융사의 재정 지원으로 채우겠다는 계산으로 본 것이다.

산은의 입장은 더욱 난처하게 됐다. 산은이 쌍용차 지원에 선뜻 나선다면 또다시 막대한 혈세를 투입한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지난 2018년 한국GM 부도 위기 때 산은은 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GM의 법인분리 움직임으로 인해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고 여전히 노사 갈등으로 인한 파업을 거듭하고 있다.

다만 일자리 문제가 겹쳐 있어 산은으로서도 부담스럽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해고 노동자 46명에 대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무기한 휴직 통보했다. 일각에서는 쌍용차가 복직 합의를 파기하면서 일자리를 볼모로 산은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산은은 한국GM과 쌍용차의 상황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산은 관계자는 "GM의 경우 산은이 2대 주주였지만 쌍용차엔 대출이 조금 나갔을 뿐 아예 상황 자체가 다르다"며 "지난 면담은 마힌드라가 청사진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이뤄졌을 뿐 구체적인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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