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10년만에 전범기업 마주한 양금덕 할머니

입력 2020.01.19. 22:34 수정 2020.01.19. 22:34 댓글 0개
日 현지 500번째 ‘금요행동’ 참석
미쓰비시重과 40여분 비공개 대면
“진정한 사과·배상 이행 요구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17일 오전 일본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열린 '강제동원 문제 해결 촉구 금요행동 500회 집회'에 참석해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금요행동'이 500회를 맞은 가운데 피해 당사자와 가해 기업이 10년만에 대면했다.

당장 양측의 협의를 낙관할 수는 없지만 전범 기업과의 대화 연결고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1) 할머니 등 광주지역 피해자들이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 있는 미쓰비시 중공업 본사 회의실에서 회사 관계자와 면담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를 직접 만난 것은 2010년 11월 8일, 피해보상 교섭 개시 이후 10여년 만이다.

40여분간 진행된 비공개 만남에서 양 할머니는 강제동원 사실 인정과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이행하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전달하며 미쓰비시중공업 측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

양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열심히 일 한 죄 밖에 없는데 지금까지 임금 한 푼 못 받고, '잘못했다' 사과 한 마디 못 들은 것이 당신들의 도리냐, 세상 언제 떠날지 모르지만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측은 메모까지 하면서 우리의 내용을 잘 전달하겠다는 답변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면담에 동석한 다카하시 일본 시민단체 공동대표는 "10년 전 화해 교섭을 담당했던 직원이 내려와 예정된 시간을 넘어 면담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당장 결과를 내기 어렵지만 (회사 측과)만나는 것과 만나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면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아베 정부가 전범 기업 등에 '강제징용 피해자와 개별적으로 만나지 말라'는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면담이 성사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2018년 11월, 한국 대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했지만 1년 2개월이 지나도록 판결을 따르지 않고 있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은 2007년부터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며 매주 금요일마다 '금요행동'을 하고 있다.

양금덕 할머니 등도 이날 면담에 앞서 집회에 참석했다.

한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지난 14일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강제노역 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에 대해 2차 손해배상 소송에 나선다고 밝혔다. 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이날 오전 광주지방법원에 전범기업 6곳에 피해자 33명의 손해배상 2차 소송을 제기했다. 김성희기자 pleasur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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