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가짜 영광굴비'

입력 2020.01.19. 17:00 수정 2020.01.19. 17:00 댓글 0개

'굴비'의 재료인 참조기는 민어과에 속한 바다 물고기다. 수조기, 흑조기, 보구치, 부세 등은 그 아류라 할만 하다. 황석어(黃石魚)라고도 하는 참조기는 몸 빛이 회색을 띈 황금색이다. 몸체가 길고 납작하며 꼬리가 길다. 입이 불그스레하고 몸통 가운데 있는 옆줄이 다른 조기에 비해 굵고 선명하다.

참조기와 모양이 비슷한 수조기(부세)는 가늘고 편평한 몸체에 비해 머리가 크다. 수입조기는 국산보다 비늘이 거칠고 목 부위가 회백색, 또는 흰색에 가깝다. 이들 수조기나 수입산 참조기는 국내산 보다 육질이 단단치 않아 맛이 떨어진다.

영광굴비는 참조기로 만들어야 제 맛이다. 중국 상해 동쪽 따뜻한 바다나 제주도 서남방 지역에서 겨울을 보내고 3월 중순께 북상을 위해 법성포 칠산 앞바다를 지날 때 잡은 참조기로 만든다. 굴비라는 명칭은 고려 인종때 난(亂)을 일으킨 이자겸에서 유래된다. 당시 이자겸이 영광으로 귀양을 와 지내면서 해풍에 말린 조기(굴비)를 먹어보고 맛이 뛰어나 임금에게 진상을 했다. 조기를 보내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굴·屈)않겠다(비·非)'는 의미로 '굴비'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속설이다.

타 지역에서는 조기를 소금물에 담궜다 말리는 방법을 쓰지만 영광굴비는 '섶간'에 1년 넘게 보관해 간수가 완전히 빠진 천일염으로 켜켜이 재는게 특징이다. 예전과 달리 어족은 물론 조기잡이 어가가 줄어들어 참조기가 귀해지면서 값이 오르자 모양이 비슷한 수조기나 수입산을 참조기로 속여 파는 일이 적지 않다.

얼마전 서울 서부지법은 중국산 참조기를 영광굴비라고 속여 팔다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주범 박모씨(63)에게 징역 3년6월, 공범 3명에게 징역 1년6월∼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09~2017년 중국산 참조기 5천t을 국내산 영광굴비라고 속이고 참조기보다 약 3배 높은 가격으로 백화점, 홈쇼핑, 대형마트 등에 팔아 650억여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역대 '가짜 영광굴비' 사건 중 최대 규모다. 공범 가운데 1명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주최한 '수산물 브랜드 대전'에서 입상한 '굴비 명인'이었다.

설 명절을 전후해 인기 선물로 대량 소비되는 영광굴비를 모방한 '가짜'를 새삼 경계해야 할 때다. 김영태주필 kytmd8617@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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