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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단지 개발에 묻힌 '천년유산 사직단 터' 복원
입력 2020.01.19. 08:00 댓글 1개[나주=뉴시스] 이창우 기자 = 천년을 이어온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 '나주 사직단(社稷壇)'이 주택단지 조성공사로 원래 자리를 찾을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9일 전남 나주시에 따르면 나주 사직단은 삼국시대부터 대한제국이 일제에 강제 합병되기 전까지 고을의 수령이 임금을 대신해 안녕과 풍년을 빌었던 민족의 정기가 어린 곳이다.
그러나 해방 이후 사직단은 망실 되고 현재는 그 터만 희미하게 확인되고 있을 뿐이다.
나주 사직단은 현 나주고등학교 뒤 나주의 진산인 금성산 자락 월정봉 기슭의 사유지 조경수 단지 내에 터가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져 왔다.
동신대학교 박물관 자료를 통해 확인된 해당 조경수 단지의 지번 명칭은 '사직단'을 의미하는 '사직사(社稷祠)'로 표기돼 있다. 사직단이 과거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 향토사에 밝은 이들도 "과거 이곳에서 사직단을 구성했던 '석제 단'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일대 부지를 매입한 부동산 개발업체 A사가 지난 2016년부터 주택단지 조성을 추진하자 사직단 터와 유구가 망실될 것을 우려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A사는 국도 1호선과 인접한 월정봉 기슭에 단독주택 92가구가 들어설 8만498㎡(2만4350평) 규모의 택지 조성을 위해 지자체에 인·허가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나주시는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허가를 내줘야 할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 집단민원이 발생하자 문화재청이 지난 2016년 11월 사업시행자와 전남도, 나주시에 '택지조성 부지 내 문화재 보존대책 수립'과 '시굴조사 실시'를 통보했다.
이후 '사직단 터'를 찾는 시굴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졌지만 끝내 찾지 못한 채 조사는 종료됐다.
현재 '합법적인 개발행위 추진이냐" vs '문화재 보존을 위한 개발행위 중지냐'를 놓고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주민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A사가 사직단 터 복원을 위해 나주시에 기부채납하기로 약속한 택지조성 예정지 내 1000㎡의 부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나주시는 타 지자체에 남아있는 사직단 구조를 참조하고, 전문가 고증을 거쳐 '월정봉 기슭의 옛 나주 사직단' 복원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사직단 유구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택지 조성 예정지는 40여년 전 금하장학회로 소유권이 넘어가기 전까지는 '월정마을'로 불렸고 주민 수십 명이 촌락을 형성해 거주했던 곳이다.
금하장학회가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월정마을에 도서관을 건립키로 하고 마을 주민들에게 토지 보상을 통해 땅을 사들였다.
당시 주민들은 인재육성이라는 명분 앞에 대승적인 결단을 내리고 정든 터전을 내줬다.
이후 나주시는 해당 부지를 '도서관 부지로 도시계획 시설결정'을 하고 '개발행위 제한' 지역으로 묶어 놓았지만, 약속했던 도서관 건립이 무산되자 민선 1기(1995~1998년)때 개발행위가 가능한 '자연녹지'로 도시계획이 변경된 이후부터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해당 부지가 조상들이 사직단을 설치할 만큼 풍수지리학 적으로 가치가 높은 땅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 정모(49)씨는 "단 한 번의 시굴조사로 사직단 터를 찾는 데 실패했다고 포기하고 주택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은 천년을 이어온 소중한 문화유산을 제자리로 돌려 놓을 복원 기회를 영원히 포기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현행 관련법으로는 사업자의 개발행위를 중단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부채납하기로 한 부지에 사직단을 어떤 방식으로 복원할 것인지 주민들과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cw@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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