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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이주열 "집값 상승, 저금리 탓만은 아냐"

입력 2020.01.17. 15:01 댓글 0개
"통화정책 완화기조 유지, 부동산 정책과 상충 안해"
"경기, 물가 등 경제 여건, 금융안정 고려해 금리결정"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저금리로 풀려난 유동성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 "(집값 상승은) 금리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그 외에 여러가지 요인이 같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이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금리가 부동산 경기를 과열시킨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금리가 주택 가격에 분명히 영향을 주지만 주택 가격이 결정되는 데 있어 금리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상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향후 통화정책 방향 결정시 "물가를 포함한 거시경제 안정과 금융 안정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긍정적 지표가 늘어나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경기가 바닥을 치고 살아나는 의미의 '경기 반등론'에 힘을 보탰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전세계적으로 금리가 낮기 때문에 갈 곳 없는 투기자본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가 지금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부동산 경기를 과열시켰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완화적 금융여건은 가계의 차입비용을 낮추어주기 때문에 주택수요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이게 이론적으로 봐도 그렇다고 말한 바 있다. 저금리 등 완화적 금융여건이 주택가격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 이것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물론 금리가 주택 가격에 분명히 영향을 주지만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금리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금리 이외에 여러 가지 요인이 같이 작용한다. 예를 들자면 주택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 그리고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가격을 어떻게 예상하고 있는지 등 가격기대, 정부 정책도 분명히 영향을 준다. 여러 가지 요인이 같이 작용한다. 금리도 영향을 주지만 다른 요인도 같이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월에 전망했던 반도체 전망에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또 최근 경제지표 개선에 기저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는게 현실이고 구조적으로도 경기활력 둔화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은이 쓸 수 있는 카드에 대해 설명해달라.

"반도체 관련 전문기관의 견해와 반도체 경기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선행지표의 움직임, 이런 것을 감안해 볼 때 금년 중반쯤 가면 회복국면에 들어설 거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이후에 나타난 몇 가지 지표를 보면 D램 가격이 현물은 좀 상승하고 있고 고정가격은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 그런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전문기관들도 D램 같은 경우에는 금년 2/4분기에 가면 초과 수요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최근에 나타난 것을 보면 반도체 경기가 지난번에 전망했던 흐름대로 가고 있지 않은가, 물론 조심스럽습니다만 반도체의 완화 회복 전망은 금년 중반에는 회복국면에 들어서지 않겠느냐 하는 그런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수행하는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경기 대응 거시정책이기 때문에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구조적 문제는 미시적인 정책 그리고 재정정책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늘 말했다. 현재로서는 중앙은행이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원인 같은 것을 좀 더 정확히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고 그것을 기초로 정부에 정책 제언을 하는 것, 그것이 구조조정 정책과 관련된 역할이 아니겠느냐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긍정적인 지표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같은 경기 진단에 동의하는지 궁금하다. 또 한국은행이 정부와의 폴리시믹스(policy-mix) 차원에서 향후 기준금리 조정시 주택가격 하향 안정이라는 목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최근 긍정적인 지표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면 11월 산업활동동향이 개선된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소매판매라든가 설비투자 숫자가 분명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상승을 하는 등 긍정적인 지표가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 경제를 지난해 상당히 어렵게 했던 대외여건 두 가지가 있는데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교역의 위축과 투자심리의 위축, 이런게 있고 두번째로는 우리 주력산업인 반도체 경기가 부진했다는 점이다. 어떻든 미국과 중국 양국이 1단계 합의 진전을 이뤄냈고, 전문기관 예상에 의하면 반도체 경기가 금년 중반에는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는 지난해보다는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 하는 전망은 갖고 있다. 다른 전문기관들도 견해를 같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해 볼 때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간다고 얘기했다. 주택가격 하향 안정이라는 것을 통화정책, 금리를 결정할 때 고려할 수 있느냐고 했는데 앞으로 통화정책은 국내 거시경제의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게 바로 한국은행의 목표이고 물가를 포함한 거시경제 안정과 금융안정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하겠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제약 요건이 되지 않겠냐는 시각이 있는데 그게 타당하다고 보는지, 건설투자 급감이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지면서 정부가 SOC 정책 기조를 바꾸기도 했다. 부동산 규제가 앞으로 경제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

"현재의 통화정책기조도 완화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금융안정 측면에서의 리스크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현재 부동산 정책이 현재 통화정책 완화기조 유지와 상충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국은행이 현재의 완화기조를 유지하면서 그 정도를 어느 정도로 유지할 것이냐고 할 때 금융안정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정책이 마찬가지다. 어떤 정책을 하면 항상 순기능만 있는 게 아니고 거기에 따른 약간의 대가도 있을 수 있다. 정부의 이번 부동산 정책도 주택가격 안정의 필요성이 크고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했을 때의 부작용이 워낙 크기 때문에 주택가격 안정에 따른 중요성을 앞세워 결정을 내린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현재 국내경제의 흐름을 쭉 보면 지난해까지 보면 수출이 감소세였고, 건설 경기가 이전 몇 년간의 호황에 따른 반작용으로 조정 과정을 거쳐왔다. 정부가 여러 가지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영하면서 국가 균형 프로젝트, 수도권 주택 확대 공급, SOC 예산 확대 등 건설 투자의 긍정적인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정부가 현재 조정과정을 걷고 있는 건설 경기를 살려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미·중이 1단계 무역합의를 이뤄냈는데 이 부분을 대외 리스크 해소 차원에서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는 게 맞는지 궁금하다.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크게 확대하면 중국 시장에서 현재 미국과 경합 관계에 있는 그런 품목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워낙 세계 경제와 글로벌 교역을 억눌러온 큰 다운사이드 리스크(downside risk)였기 때문에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진정됐다고 하는 것은 일종이 당분간 휴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투자심리 회복을 통한 글로벌 교역 확대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 부분적으로는 부정적 효과도 있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플러스 요인이 더 크지 않은가 그렇게 판단한다."

-기준금리가 0%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마이너스 금리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옛날에 누가 예상을 했겠냐. 우리가 결국 0%로 갈 수 있느냐고 했는데 선진국은 0%까지 갔다. 소위 기축통화국이라고 할까, 그런데 우리가 아직도 신흥국 입장에서 보면 '키 커런시(key currency)'가 아닌 국가에서 보면 기축통화국보다는 금리를 조금 더 높게 운용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용어로 하면 실효하한금리라는 개념이 있는데 제로(zero)까지 가는 것은 상정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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