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아니마/아니무스

입력 2020.01.12. 18:10 수정 2020.01.12. 18:10 댓글 0개

밖으로 표출되는 가면같은 자아, 내면에 똬리를 튼 진정한 자아. 사람들의 진정한 자아는 어떤 것일까.

스위스 분석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사람들이 서로의 차이에도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사고 및 행동의 패턴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니마(Anima)', '아니무스(Animus)', '그림자(shadow)', '자기(self)'라는 네가지 '원형(archetypes)'이 이같은 인간의 정신 구조를 형성한다고 보았다.

아니마는 남성의 무의식 속에 내재된 여성적 심상(心像)으로 사회화와 교육에 의해 남성 안에 억압돼 정신 깊은 곳에 발달되지 않은 채 잠재해 있는 상태다. 융에 따르면 자신의 내면 속 아니마를 발달시키고 포용할 수 있다면 정신적 성숙을 이뤄 자아의 균형을 이룬다. 즉 여성성의 특징인 부드러움과 인내심이 강해지고 이해와 배려, 동정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억압한다면 허영, 변덕과 함께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경향으로 표출된다.

아니무스는 여성의 무의식의 한 부분을 구성하는 남성적 심상이다. 수동적이고 의존적 여성상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이의 발현을 억압하지만 성공적 사회 생활을 위해 남성적 가치를 지나치게 권장하고 이상화하는 풍조라면 아니무스가 과도하게 그 무게를 더한다. 두 경우 모두 아니무스가 균형있게 발달치 못해 여성은 호전적이거나 파괴적이며 둔감해진다. 반대로 아니무스가 여성 안에서 균형있게 조율되면 강인하고 이성적이며 적극적인 성향을 나타낸다.

지난해 국내 한 방송사가 방영했던 드라마 '동백 꽃 필 무렵'은 주인공 동백(공효진)과 용식(강하늘)의 시골티 나는 풋풋한 사랑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 못지않게 규태(오정세)와 자영(염혜란) 커플의 독특한 사랑 방식도 눈길을 끌었다.

학창 시절 똑똑한 모범생이었던 완벽주의자 자영은 변호사 직업을 가진 전문 여성이었다. 반면 지방 지주의 아들로 마마보이인 규태는 학창 시절에 이어 여전히 빈틈많고 어리숙한 삶을 계속했다. 어울리지 않는 규태와 자영의 사랑 방정식 요체를 한 언론이 그들 내면의 아니마와 아니무스를 예로 들어 풀어냈다.

융의 아니마/아니무스 개념은 페미니즘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는 여성의 권리 확장과 주체성 강화 방식으로. 김영태 주필 kytmd8617@srb.co.kr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