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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5·18' 왜곡 바로잡아 국민통합 이뤄야

입력 2020.01.12. 07:00 댓글 2개
[5·18 이젠 발포명령자다⑧·끝
발포 책임자 못 밝혀 5·18 비극 40년째 왜곡·폄훼 시달려
"군 기록·美 국무부 자료 검토하고 가해자 고백 확보해야"
"가해자 처벌·사죄 통해 5·18 정사 정립·국민 공감대 확보"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자행된 국가폭력의 피해자는 분명 있지만, 가해자의 최종 책임자, 특히 발포명령자는 40년이 되도록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발포명령자 등 실질 책임자가 누군지 밝혀내는 진상 규명의 본질이 뒷전으로 밀리는 사이, 벌 받지 않은 가해 세력들은 끊임없이 도(度)를 넘어 5·18을 폄훼하고 왜곡을 시도하며 가해 사실은 거꾸로 합리화했다.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발포명령자 등 주요 의혹을 풀고 책임자 처벌·가해자 사죄를 끌어내 국민통합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5·18 기념재단과 5·18 연구진에 따르면 1980년 5월20일 오후 11시 광주역과 21일 오후 1시 전남도청 앞에서 자행된 3·11공수여단의 집단발포는 5월 항쟁 40년이 지나도록 명령권자 등 '학살의 진실'에 대한 정확한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다.

염규홍 전 국방부 과거사위원회 조사과장은 "어떤 논리로도 무고한 시민을 향한 조준사격은 합리화될 수 없다"면서 "5·18의 불행한 역사가 아직 청산되지 못한 것은 총책임자, 명령에 따라 국가폭력을 행사한 가해자를 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5·18은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없이 정치적 타협으로 피해 보상부터 진행했고, 불충분한 처벌마저 '국민화합'이라는 미명 아래 책임자들이 사면됐다"며 "그 결과 가해자들은 용서를 빌기는 커녕 죄를 덮고자 왜곡와 폄훼에 가담했고, 오히려 사죄 받아야 할 피해자들이 가해세력에 진실 규명을 애원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재의 5·18재단 비상임연구원은 "발포명령은 가장 오래 묵은 숙제다. 계엄군의 발포로 숨지거나 심각하게 부상당한 시민이 160여 명 이상 발생했지만, 가해자 중 일부만 내란 목적 살인 혐의로 복역한 뒤 사면됐다"면서 "4·19이후 발포를 명령했던 경찰간부가 사형 처분된 전례와 대조적이다"고 꼬집었다.

정수만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전 회장은 "발포명령의 최종 승인자가 누구였는지는 80년 당시 권력 지형을 살펴보면 넉넉히 추론할 수 있다"며 "당대 실권자는 전두환 보안사령관 겸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 중앙정보부장 서리였다. 이를 객관적 사실로 확인하는 과정이 '발포명령자 찾기'다"고 밝혔다.

김양래 5·18재단 전 상임이사는 5월21일 도청 앞 발포명령을 "비무장 시민들을 향한 조준 사격으로 반인륜적이고 의도적 학살행위"라고 규정한 뒤 "발포명령자를 찾기 위한 노력이 번번이 결론을 찾지 못한 것은 가해세력들의 조직적 반발과 역사왜곡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정문영 전남대 5·18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일반적이라면 지휘체계상 최상층인 당시 계엄사령관이 발포명령을 내렸겠지만 5·18은 지휘체계 밖에서 발포를 지시했다는 것이 진상규명을 어렵게 만든 이유"라고 말했다.

은폐된 군 기록 발굴, 가해자 고백 등 증언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염 전 과장은 "지휘체계 이원화와 발포명령 경위 확인을 위해서는 군 기록 발굴·대조작업이 필요하다. 다만 5·18 관련 군 자료는 왜곡됐을 것"이라며 "미 국무부와 국가정보원 등에 남아있는 자료를 충분히 검토해야 하고, 나머지는 관련자의 '진실한 증언'으로 채울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비상임연구원은 "무엇보다도 작전에 참여했던 군 장병 대상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지금까지 시도조차 못 했다. 발포내막을 알고 있는 장병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생존 피해자나 목격자의 증언도 검증을 거쳐 증거로서 채택할 수 있다"고 했다.

정 전 유족회장도 "지휘권을 갖고 있었던 육군 31사단과 광주에 투입된 25개 부대의 작전 상황일지를 모두 확보해 대조해야 한다"며 "기록을 총망라하면 명령자를 공식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진압부대의 전투상보와 교훈집, 부대사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상임이사 역시 "군 기록이 수차례, 여러 곳에서 상당히 오염된 것이 분명하다. 군기록 중 거짓은 걷어내고 진상 규명에 필요한 유의미한 내용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임연구원은 "발포명령이 기록으로 확인될 가능성은 낮고, 객관적 증거를 찾는 것 또한 어려울 수 있다"며 "책임자 규명·처벌을 위한 법리적 쟁점을 뛰어넘으려면 발굴 가능한 증거나 증언은 일일이 확인하고 검토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들이 3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5·18 국립민주묘지에서 참배했다. 송선태 위원장이 출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0.01.03.sdhdream@newsis.com

갓 출범한 5·18진상조사위에 대해서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한 왜곡 근절과 국민통합을 주문했다.

염 전 조사과장은 "이번 만큼은 발포명령자를 찾아 역사적·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처벌이 두렵지 않은 진상규명은 늘 한계가 있다. 처벌·용서의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어야 가해자가 고백한다"며 "신군부 주역들이 죄를 인정하지 않고 사면 취지였던 '국민 화합'을 해치고 있는 만큼, 아르헨티나의 사면법 취소 특별법 제정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

이 비상임연구원은 "5·18의 핵심 의혹들을 풀 마지막 진상조사가 돼야 한다"며 "활동 결과물로 정부 공식 조사보고서를 내 5·18을 둘러싼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쟁을 매듭 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전 유족회장은 "무차별한 총격과 잔혹한 학살이 자행됐음에도 5·18 진압의 책임을 지고 법적인 처벌을 받은 대대장은 단 한 명 없다"며 "진실은 하나다. 이제는 정사(正史)로 확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상임이사는 "진상조사위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광주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과 위대한 저항권이 갖는 의의를 면밀히 조명하는 일"이라며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명료한 진상규명을 통해 왜곡된 정서와 역사가 바로잡히고 이를 통해 국민 통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임연구원은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진실을 찾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사죄와 처벌 등의 조치는 5·18을 둘러싼 비합리적 억측을 걷어내고 막연한 의혹을 구체적인 문제로 만들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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