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블랙아이스(black ice)

입력 2020.01.09. 18:41 수정 2020.01.09. 18:41 댓글 0개

지난 6일 아침 경남 합천군 대양면 국도 33호선에서 트럭과 승용차 등 40여대가 추돌했다. 다행히 숨진 사람은 없었지만 운전자 8명이 다쳤다. 한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차가 계속 미끄러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새벽에는 상주영천 고속도로에서 47중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7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쳤다. 한 운전자는 "손도 못쓰고 200m 가량 미끌렸다. 1분도 안돼 차 수십대가 덮쳐왔다"고 말했다.

원인은 '블랙아이스(black ice)'였다. 아무리 조심해도 걸려들면 방법이 없다. 피해자들의 증언처럼 브레이크를 밟아도 계속 미끄러진다. 대개 겨울철에 대형 교통사고가 났다 하면 원인은 블랙아이스다. 그래서 블랙아이스엔 '겨울철 도로위 침묵의 암살자'란 별칭이 붙는다. 블랙아이스는 도로표면 위 얇은 얼음막을 말한다. 다리 위나 터널 출·입구 등이 특히 위험지역이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블랙아이스 구간의 경우 일반도로보다 14배, 눈길보다 6배가량 더 미끄럽다고 한다. 블랙아이스는 호수나 바다에서도 만들어진다. 작은 선박이 파손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블랙아이스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가 최근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취약 관리구간이 전국적으로 193곳에서 403곳으로 늘어난다. 영동고속도로 등 5곳의 사고빈발 구간엔 100m씩 도로 열선도 설치된다. 피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고 모든 블랙아이스 공포로부터 해방되는 건 아니다. 어찌됐든 운전자 개인이 조심하는 방법 밖엔 없다. 겨울철엔 가능하면 서행하고, 앞차와의 간격도 충분히 두는 운전습관을 갖는 게 필요하다.

블랙아이스가 꼭 도로 위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블랙아이스 같은 일들이 다반사다. 보이지도 않고, 볼 수도 없고, 예상하기 조차 어렵다. 겨울철 도로 위 블랙아이스 만큼이나 위험하기 짝이 없다. 교통사고처럼 한번 터지면 대형사고다. 수습하기도 만만찮다. 삶의 블랙아이스와 마주치지 않는 건 행운 중에서도 아주 큰 행운이다. 조심해서 예방할 수만 있으면 좋은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블랙아이스는 어디에나 있다.

윤승한 논설위원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