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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계 첫 미투' 법정구속···제자 성추행 혐의 징역 2년
입력 2020.01.08. 11:24 댓글 0개법원 "직업적 권위 남용" 징역 2년
무용계 '미투' 후에 첫 사법적 판단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자신이 지도하던 제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 무용수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무용계에서 발생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사건의 첫 사법적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연학)는 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무용수 류모(49)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류씨를 법정에서 구속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류씨가 피해자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있는 점을 남용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을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류씨의 범행에 대해 이를 감내하며 표면적으로 순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직접적인 증거는 사실상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데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에 모순이 없어 이를 믿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류씨가 자신은 지휘·감독 권한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류씨는 피해자와 무용 실기를 교습하는 관계고, 이런 관계에 의해 류씨는 수강생인 피해자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있다"며 "피해자는 장래를 위해 류씨에게 배울 수밖에 없었으므로 류씨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권위가 있던 것으로 여겼다"고 판단했다.
이어 "무용계의 엄격한 상하 무게 질서는 류씨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피해자는 류씨를 자신이 존경하는 안무가로 생각할 뿐 신체접촉을 용인할 정도로 이성적 호감을 여겼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점을 종합해 재판부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류씨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을 못 하는 상태를 알고도 이를 이용해 애정표현을 빙자해 추행했다"며 "류씨는 직업적 권위를 남용한 나머지 선을 넘어 피해자의 사적 영역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류씨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 번도 없어 이 사건 범행 당시 당황해 몸이 얼었다'고 진술한 부분을 이 사건을 종합하는 본질적 의미라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류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류씨는 재판 과정 내내 신체접촉은 인정하면서도 위력에 의한 성추행은 아니라고 무죄를 주장해왔다.
류씨는 2015년 4~5월께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인 A씨를 개인 연습실에서 네 차례 걸쳐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류씨는 국내에서 최고무용가상을 받고 한국현대무용협회 및 현대무용진흥회 이사를 지내는 등 현대 무용계 내 권위자로 알려졌다.
각계에서 미투 열풍이 불었음에도 침묵하던 무용계는 '무용인희망연대 오롯'을 구성해 류씨 사건을 수면 위로 올렸다. 이날도 이들은 법정을 찾아 류씨의 선고를 지켜봤다.
판결 직후 오롯 측은 "사법부는 사법부 일을 했고, 이제 책임은 예술계로 넘어갔다"며 "예술계는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 가해자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할 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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