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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갈등 숙주' 된 광주 군공항 이전 갈등, 해법은?

입력 2020.01.05. 08:22 댓글 11개
광주시·전남도 주민들 자치단체 대리전 양상
갈등 고조돼 시·도지사 한발 물러서 숨고르기
특별법 '기부 대 양여 방식' 태생적 한계있어
【광주=뉴시스】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출격하는 전투기.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맹대환 기자 =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이 광주시·전남도·국방부의 소극적인 자세와 올해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까지 기피하고 있어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와 전남지역 주민 간 갈등은 당장 가라앉을 수 있지만 언제든 불씨가 살아날 수 있는 데다 군공항 이전사업 추진에 따른 예산과 행정력 낭비는 불가피해 보인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갈등국면

3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군공항이전추진본부 조직을 축소 개편할 방침이다.

민선7기 들어 이용섭 광주시장은 군공항 이전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본부를 신설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12월 국방부가 군사작전 및 군공항 입지의 적합성 등을 검토해 예비이전후보지를 무안과 해남으로 압축한 데 머물고 있어, 추진본부의 업무도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다.

지난해 광주시가 무안을 유력한 이전후보지로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무안지역 주민들이 광주시를 항의 방문하는 등 갈등이 고조돼 사업추진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해남군도 지난해 말 군공항 이전 반대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시·도 상생 과제로 비춰졌던 군공항 이전 문제가 갈등의 숙주가 돼 다른 상생사업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 않자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해 11월 시·도 상생회의에서 "군공항 이전 문제는 광역자치단체가 앞장서기 보다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며 한 발 물러섰다.

사업 추진 동력이 급격히 상실되자 광주시는 올해 군공항이전추진본부의 3개 과를 2개 과로 축소시킬 방침이다.

올해 4월15일 제21대 총선이 예정돼 있어 정치권도 지역 간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고 있는 군공항 이전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로 관망하고 있다.

◇갈등의 불씨 여전한 군공항 이전 방식

광주 군공항은 1948년 광산구에 군용 훈련기지가 처음 설치된 이후 1968년에 민간항공이 취항했다.

군공항 건설 당시에는 주변에 주택이 많지 않았으나 도시가 팽창하면서 광산구는 물론 서구 상무지구까지 소음피해가 증가하고, 소음피해 배상에 따른 국가 재정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4월 군공항 이전 특별법을 제정해 광주와 수원, 대구가 군공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 군공항은 제1전투비행단과 함께 공군 탄약고, 무등산에 위치한 방공포대까지 함께 이전한다.

하지만 특별법이 군공항 이전을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어 논란이다. 기부 대 양여 방식은 광주시가 종전부지를 담보로 재원을 마련해 새로운 군사공항을 건설하고, 이전이 완료된 후 국방부로부터 양여 받은 종전부지를 개발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광주시가 종전부지 개발 수익금에서 신공항 건설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으로 이전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을 할 수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에 따른 총 사업비는 5조7480억원으로 신공항 건설에 4조791억원을 사용하고 나머지 4508억원을 이전 주변지역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종전부지는 8.2㎢(248만평), 이전부지는 15.3㎢(463만평) 규모다.

문제는 이 같은 사업 방식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 행정기관은 물론 금융권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별도의 국가예산이 투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종전부지 개발 수익금이 예상보다 적거나 신공항 건설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초과될 경우 이전 주변지역 지원금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군공항 이전 사업방식에 대해 전남지역 주민들이 신뢰하지 않는 이유다.

군공항 이전 특별법에 따른 태생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예산을 투입해 정부 주도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전남 무안군의회와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이전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가 18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 군공항의 무안군 이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9.11.18. wisdom21@newsis.com

◇사업 추진 장기화에 예산·행정력 낭비

군공항 이전사업은 표면적으로 광주와 전남지역 주민 간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으나 사실상 광주시와 전남 자치단체 간 대리전 양상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광주 군공항 이전 시민추진협의회 등 민간단체에 6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광주시가 직접 나서지 않고 민간단체를 동원해 국방부를 항의 방문하고 이전 후보지역에 대한 홍보활동을 하도록 했다.

무안군도 지난해 7월 군공항 이전 저지 활동 지원조례를 제정해 민간단체에 예산과 행정적인 지원을 했다.

공개토론회나 설명회 등 합리적인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일방적인 입장과 논리가 난무하다보니 소모적인 행사로 인해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

국방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방부는 지난해 5월 무안과 해남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해당 자치단체에서 반대해 무산됐다.

특별법상 국방부 장관이 예비 이전후보지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자치단체장과 행정협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 이런 과정 자체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군공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광주시 내부에서도 사업의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가예산을 투입하는 정부 주도사업으로 특별법을 개정하는 한편 군공항 이전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과 이전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사업 등을 공개하고 투명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최영태 광주시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특별법이 군공항 이전의 책임을 모두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는 데다, 기부 대 양여 방식은 광주시가 빚내서 신공항을 건설하고 그 대금은 현재 군공항 부지를 팔아서 충당하라는 것인 데 합당하지 않다"며 "국방부가 더 큰 역할과 책임을 가져야 이전 후보지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군공항 이전 후보지를 광주에서 찾는 방안을 검토하거나, 현 군공항 부지를 재편해 소음피해를 줄이는 방식의 접근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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