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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동 재개발 사업 인가···시민아파트 운명은

입력 2020.01.02. 19:53 수정 2020.01.02. 19:53 댓글 13개
서구, 2일 재개발사업시행계획 고시
상반기 조합원 분양…일반분양 내년
광천아파트, 주민·오월단체 협의 중
"역사적 가치…보존"vs"경제적 손실"
광천동 시민아파트

광주 서구 광천동일대 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인 시작 궤도에 오른 가운데 이곳에 위치한 '5·18 들불 야학' 시민아파트의 존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광주 서구는 2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규정에 근거해 지난날 31일 광천동 재개발 조합이 신청한 사업시행계획을 인가, 고시했다"고 밝혔다.

광천동 재개발 사업은 서구 광천동 670번지 일원에서 42만5천984㎡ 규모로 추진된다. 총 5개 단지 53개동 5천611가구의 공동주택을 짓는 것이 골자다.

광천동 시민아파트

이곳에 대한 시행계획이 이날 인가받으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됐다.

재개발 사업은 이후 토지와 건물 등에 대한 감정평가가 실시될 예정이며 올해 상반기 조합원 분양을 마친 뒤 관리처분 인가를 받을 예정이다. 일반 분양은 내년 하반기께 시작될 예정이다.

이중 재개발 사업구역 내 670-7번지에 위치한 광천시민아파트 보존과 관련해서는 서구청과 재개발조합·주민·오월단체 간 협의가 아직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천동 재개발 조감도

시민아파트는 6·25한국전쟁 이후 피난민이 모여 살던 천막·판자촌 일대에 지어진 지역 최초의 연립주택이다.

올해로 준공 50년째를 맞아 가장 오래된 아파트 중 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1980년대를 전후로 지역 민주화운동의 산실이었던 들불야학의 주된 무대이기도 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가 1978년부터 시민아파트에 살았으며, 이듬해인 1979년 1월부터는 이 아파트 다동 2층 방에서 야학을 진행했다.

각종 시국선언문과 계엄군의 만행을 고발한 '투사회보'도 이 곳에서 제작됐다. 이후에도 들불야학 출신 교사와 학생들은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때문에 서구와 오월단체는 시민아파트의 보존 가치가 높다고 판단, 지난해 말부터 재개발조합과 간담회를 갖는 등 시민아파트 존치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현재 조합 측은 시민아파트의 역사적 가치와 존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들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근 개발방식을 바꾸고 인가 절차를 신속 진행하는 조건으로 시민아파트 외벽 일부를 재개발 구역 내 근린공원으로 이전 존치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합의 여부는 불투명하다.

향후 시민아파트의 존치·기념공간 조성과 관련해 조합과 오월단체가 접점을 찾을 경우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추가로 진행해야 하며, 광주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필요하다.

서구 관계자는 "광천동 재개발 사업은 규모 면에서 지역 최대 사업이다. 시민아파트 보존 문제는 주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면서 "보존 협의가 이뤄지면 조합 총회를 거쳐 재개발 정비계획 변경 신청이 접수되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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