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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무등일보 신춘문예] "내면 진술하면서 객관화 신진으로서 패기 엿보여"

입력 2020.01.01. 15:50 수정 2020.01.01. 15:50 댓글 0개
심사평-노철 전남대 교수

전국 각지에서 응모한 1천여 편의 시를 읽어가면서 독자를 사로잡는 시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기존 시의 발상과 소재를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 많았다. 어디서 읽은 발상과 소재를 반복하는 것으로는 신진시인으로서 자격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또 하나 주목되는 현상은 내면의식을 서사화 하는 산문적 경향이다. 최근 유행을 따라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적확한 형식인지 찬찬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작품이 많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언어를 끌고 가는 힘이 부쳐 호흡이 끊기거나 상상력이 빚어내는 언어의 탄력성을 갖춘 작품이 드물었다.

그 가운데 하미정의 '나의 나침판'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자신의 내면을 진술하면서도 객관화 하는 힘이 주목됐으며, 언어가 수사에 끌려 다니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말을 과감하게 펼치는 점이 신진으로서 패기를 엿볼 수 있었다.

당선작은 아니지만 주목할 만한 작품도 있었다. 한 작품은 언어가 정확하면서도 탄력적인 것이 돋보였으나 마무리가 조금 아쉬웠으며 신진다운 패기가 더 있었으면 싶었다. 또 다른 작품은 발상의 재미가 있었고 언어를 끌고 가는 힘이 상당했으나 가끔 수사가 우세해 상이 흐려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당선작을 포함한 이들 작품들은 모두가 감수성과 더불어 시를 써온 내력이 적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래의 시인으로서 능력을 갖추었다 할 만했다. 다만 꾸준히 시를 쓰다보면 시적 대상의 확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다 폭넓은 확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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