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교각살우(矯角殺牛)

입력 2019.12.30. 19:59 수정 2019.12.30. 19:59 댓글 0개
김대우의 약수터 무등일보 취재1본부

과거 중국에서는 종(鐘)을 만들 때 뿔이 곧고 잘생긴 소의 피를 종에 바르고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한 농부가 제사에 사용할 소의 뿔이 삐뚤어져 있어 균형을 잡으려고 동여맸는데 뿔이 뿌리째 빠지면서 소가 죽고 말았다. 여기서 유래된 것이 교각살우(矯角殺牛)다. 조그만 결점을 고치려다 수단이 지나쳐 큰일을 그르친다는 뜻이다.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2020년 7월1일)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광주지역 일몰제 대상 공원은 모두 25개다. 이 공원을 모두 지키기 위해서는 부지매입비만 1조8천억원이 필요하다. 열악한 광주시 재정으로서는 감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민간 특례사업이다. 공원부지 가운데 일부(30% 이하)를 아파트 등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거기서 나온 수익금으로 나머지 부지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광주시는 25개 공원 가운데 규모가 큰 9개 공원(10개 지구)을 민간 특례사업으로 개발하고 나머지 16개 공원은 시 재정을 투입해 매입한다. 일몰제 대상 공원이 해제되지 않으려면 내년 6월말까지 실시계획인가 고시를 마쳐야 한다. 민간사업자와의 협약체결, 토지보상비 예치, 시행자 지정 등 관련 행정절차를 감안 할 때 시간이 촉박하다. 그러나 지난 11월말까지 계획했던 사업협약 체결조차 완료하지 못해 해를 넘겨야 할 처지다.

토지소유자 반발 등으로 지연된 탓도 있지만 중앙공원(1·2지구) 특혜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영향이 컸다. 검찰은 지난 4월 광주경실련 고발장 접수 이후 9개월이 넘도록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제 겨우 의혹에 연루된 국장급 공무원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을 뿐 추가 수사는 '함흥차사'다. 검찰 수사가 해를 넘겨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재판이 길어져 제때에 행정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도시 허파'인 공원을 해제할 수 밖에 없다. 도시공원은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공간이다. 공원을 잘 지키고 보존해 후대에 전해야 할 책임이 있다.

기해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경자년 새해가 밝아온다. 시간이 많지 않다. 쇠뿔을 바로잡으려다가 소를 죽이고 마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

김대우 정치부 부장대우 ksh430@srb.co.kr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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