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별 자리

입력 2019.12.26. 18:26 수정 2019.12.26. 20:00 댓글 0개

인간이 맨눈으로 볼수 있는 별은 6천개쯤이라고 한다.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은 항성이다. 한자로 '恒星', 영어로는 'fixed star(고정된 별)'다.

고대 사람들은 별이 하늘의 수정천구에 달라붙어 고정됐다고 여겼다. 그런데 찬찬히 보니 항성도 움직이는 것이었다. 헬리 혜성을 발견한 영국의 에드먼드 헬리가 항성의 움직임을 알아 차렸다.

헬리가 항성의 움직임을 알게된 것은 그의 독특한 취미 때문이었다. 틈만 나면 과거 사람들의 천문 기록을 들춰 보는 취미를 가졌던 헬리는 1718년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가 관측한 3개의 별과 고대 그리스 히파고라스가 관측한 별을 비교해 보니 위치가 크게 차이가 났다. 그가 관측했던 3개의 별이 조금씩 움직이다가 1천800년이 지나면서 위치가 크게 변했다는 것이다.

사실 항성은 초당 수백㎞에 달하는 엄청난 속도로 움직인다. 하지만 광대한 우주 공간에서 인간이 이를 느끼지 못할 뿐이다. 이처럼 별들은 세월이 지나면 모두 위치가 변하게 된다. 20만년쯤 뒤에는 지금의 별자리 모양도 확 바뀐다고 한다. 북두칠성은 아무것도 퍼 담을 수 없이 형편없게 쪼그라들고, 북극성도 1만 2천년이 지나면 직녀성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니 모든게 무상하다.

헬리가 항성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온고지신'의 좋은 사례다. 옛 것을 잘살핀 탓에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별하면 우리도 뒤지지 않는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혜성을 '빗자루 별'이라고 불렀다. 헬리 혜성에 대한 기록도 자세히 나와 있다. 조선왕조실록 헌종조(1835년)에 "혜성이 저녁에 북극성 부근에 나타났는데 빛은 희고 꼬리의 길이가 2척 가량, 북극과의 거리가 32도 였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4차산업시대도 옛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시대를 헤쳐 나가려면 옛 것과 새 것을 잘 조화시켜 나가야 한다. 나이듦은 옛 것을 곱게 물려준다는 의미가 있다. 하찮은 일이라도 후대인들이 잘쓸 수 있도록 곱게 물려 주어야 한다. 그러니 다음 사람을 위해서 뒷정리는 깨끗이 해둘 일이다. 세월이 지나 누군가 눈여겨 볼지 모른다. 경자년(庚子年) 새해엔 옛 것을 읽혀 새 것을 깨우치는 해가 됐으면 한다.

나윤수 칼럼니스트 nys8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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