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필리버스터, 50시간 11분간 진행하고 종료

입력 2019.12.26. 17:04 수정 2019.12.26. 17:04 댓글 0개
여야 의원 15명 발언…최장 5시간50분·최소45분
알바니아 등 낯선 국가 등장하고 생리현상 공방도

자유한국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신청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23일 밤 9시49분 시작해 26일 0시로 종료됐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한국당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찬성 입장을 밝힌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의원 15명이 나서 약 50시간 11분간 진행됐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이 5시간50분으로 발언 시간이 가장 길었고, 같은 유민봉 의원은 45분에 그쳐 발언이 가장 짧었던 의원으로 기록됐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1시간 52분(6천411초)간 발언했다. '6411'은 고 노회찬 의원이 과거 연설에서 거론했던 환경미화원들이 새벽에 타는 '6411번 버스'를 의미한다고 정의당은 설명했다.

여야는 필리버스터 도중 화장실 사용을 위해 자리를 뜨는 문제를 놓고도 부딪혔다. 국회법에 이와 관련된 구체적 규정은 없지만, 필리버스터 도중에 자리를 비우지 않는 것이 원칙인 만큼 의원들은 생리현상을 참아가며 토론을 이어갔다.

첫 주자였던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생리현상을 우려해 기저귀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째 주자였던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2016년 2월 필리버스터 당시 같은당 안민석 의원이 의장 동의를 받고 화장실에 다녀온 것을 거론한 뒤, 문 의장 동의를 받아 생리현상을 해결했다. 그러자 한국당 의원들이 문 의장에게 항의하는 소동이 일었다. 한국당 의원들의 거친 발언을 들은 문 의장은 당시 "의장을 모독하면 스스로 국회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발언 시간을 길게 끌어야 하는 필리버스터 특성상 공직선거법과 관련 없는 낯선 국가 이름이 등장하기도 했다.

권선동 한국당 의원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나라가 전세계에서 세 나라가 있는데 베네수엘라, 알바니아, 레소토"라고 하자,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알바니아니 뭐니 듣도 보도 못한 나라 사례를 꺼내냐"고 반박했다.

필리버스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문 의장과 주 부의장이 4시간씩 번갈아 사회를 맡았다. 한국당 소속인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선거법 개정안 상정에 항의하는 뜻으로 사회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김현수기자 cr-2002@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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