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준비된 이낙연

입력 2019.12.25. 18:19 수정 2019.12.25. 18:19 댓글 2개
류성훈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장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 "여전히 내 심장은 정치인"이라던 이 총리의 여의도 복귀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내년 총선을 위해 정세균 의원에게 총리 '바통'을 넘기고,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으로 돌아가 정치 행보를 재개할 전망이다.

이 총리가 문재인 정부 시작부터 반환점을 돈 현재 시점까지, 국정 운영에 큰 힘이 됐다는 것은 여든 야든, 친문이든 비문이든, 수도권이든 PK(부산·경남)든 두말할 것 없이 수긍하고 있다. 2년 7개월 동안 '내각 군기반장', '깨알 수첩', '사이다 총리', '최장수 총리', '대선주자 선호도 1위' 등의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두터운 신뢰감을 얻은 이 총리의 차기 대선주자 주목도는 단연 돋보인다.

'최장수 총리'는 대통령의 깊은 신뢰를 받고 있다는 뜻이고, '차기 주자 1위'는 대중의 인지도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내각 반장', '깨알수첩'은 국민에겐 한없이 부드럽고 유연하게 다가서지만, 행정 편의주의에 젖은 공무원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낙연의 현재와 미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이 총리가 '호남 주자'라는 상징성 때문에, DJ 이후 대통령을 내지 못한 호남에서 그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하다. DJ가 발탁해 정치를 시작했고, 'DJ 정신'을 잇는 적자임에 충분하기 때문에 '이낙연 대세론'에 대한 강한 기대와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언론인, 4선 국회의원, 전남지사를 거쳐 총리직을 역임한 이 총리는 정책 수용성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그래서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과 안정적 이미지, 이념 지향적이지 않은 균형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만, 자신만의 뚜렷한 정치적 자산이 없어 당내 세력이 약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총리의 앞길에 꽃길만 펼쳐진 것은 아니다. 행정부 2인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기 정치'를 보여줘야 하는 무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그의 행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민주당에 복귀함으로써 당내 기대치가 상승할 것이다. 따라서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점쳐지나, 최종 행보는 향후 후임 총리 인준 절차에 따라 유동적이다.

지역구는 종로와 세종으로 압축되지만 종로 출마가 유력시된다. 종로에 출마할 경우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종로에서 이 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맞붙을 확률이 높은 만큼 종로는 가장 뜨거운 선거구로 떠오름과 동시에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주공산'이 된 종로를 수성하려는 여당과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입성에 당력을 쏟아부을 한국당을 고려할 경우 빅매치 주인공으로 이 총리가 가장 적임자라는 판단이다.

분구가 확실한 세종 출마도 고려할 수 있으나 본인 선거로 묻힐 소지가 크고 전국을 지원하는데 장애가 뒤따르는 단점이 있다. 비례대표의 경우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 비례대표 입성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만에 하나, 총리 후보자의 청문 과정에서 특별한 하자가 없는데도 인준 절차가 늘어질 경우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감안하더라도 공직 사퇴시한에 맞춰 과감한 결정을 내리고 총선에 올인한다는 전략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 역할도 중요하다. 이해찬 대표의 이미지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이낙연·이해찬 투트랙으로 임명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총리가 지역과 세대를 넘어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당의 간판'으로 전국 선거판을 이끈다면 바람몰이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이 총리가 총선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차기 당권뿐만 아니라 '잠룡 1위'의 존재감을 확실히 증명해 대권가도에 탄력이 붙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총리가 정치에 입문한 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선거전을 치렀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다. DJ를 근접 취재하면서 유권자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공부했으며, 국회의원 4선과 도지사를 비롯 꼬마 민주당 시절 도의원·군수·도지사 등 진두지휘한 모든 선거에서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어쩌면, 이 총리는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난 '지휘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략과 전투력 그리고 경험까지 갖췄다는 것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친문계의 지지세까지 확보했다.

'실용적 진보주의'를 정치 노선으로 설정하고 정치의 품격, 신뢰감을 되찾겠다는 이 총리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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