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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검' 민간임대사업 규제···전세 '불똥' 우려

입력 2019.12.25. 06:00 댓글 0개
정부 주택 임대사업 활성화에서 규제로 선회
임대사업 '명암' "집값 상승 주범" vs "임대차 안정"
입시개편 등 전세시장 불안 고조…안정세 꺾일 수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도심 아파트 모습. 2019.12.15.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정부가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장기간 안정세를 나타내던 서울 전세시장에 불똥이 튈 우려가 커졌다.

정부는 전월세 공급 안정을 목표로 지난 2017년 말부터 임대사업자 활성화 대책을 시행했고, 이는 아파트 전월세 공급을 늘려 전셋값의 유래 없는 안정에 기여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 발표로 앞으로 신규 임대사업자 등록이 줄고, 기존 사업자 중에서도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임대사업 위축으로 최근 대입 제도 개편 등에 따라 국지적인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에 불안 요소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의 12·16 대책에는 임대사업자에게 주던 취득세, 재산세 감면 혜택 등 각종 지원을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임대사업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임대소득세의 경우 주택 가격이 일정 이상이면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수도권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지방은 3억원 이하다. 하지만 취득세·재산세는 이같은 주택 가격에 따른 제한이 없다.

또 내년 상반기 임대사업자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등 제도 보완을 추진키로 했다. 국토부는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등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이며, 앞으로 개정 이후 새로 임대 등록하는 주택부터 혜택을 줄여가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민간 임대사업자 제도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활성화에서 규제로 무게중심이 옮아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이번 결정으로 재산세 감면 혜택마저 사라지면서 임대사업자 제도에 대한 매력도가 크게 떨어졌다"면서 "앞으로 신규 등록이 감소하는 등 사업이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임대차 시장 상황도 전환점을 맞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민간 임대사업 활성화 정책은 그동안 숱한 논란 속에서도 전월세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함께 받아왔기 때문이다.

서울의 임대등록 주택은 11월 현재 47만3000여 가구로, 최근 2년 새 17만 가구 증가했다. 이는 올해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물량(약 4만호)의 4배 수준이다.

임대등록이 늘어나는 배경에 일부 부작용이 확인되기도 했다. 일부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에게 주는 세제 혜택을 이용해 주택수를 늘렸던 것이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9·13대책을 통해 세제 혜택을 한 차례 축소한 바 있다. 또 걷지도 못하는 영유아가 수십억원짜리 주택의 임대사업자로 등록돼 제도가 편법 증여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이와 달리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량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임대차 시장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해 전월셋값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등록된 임대주택은 4년이나 8년 동안 재계약 거절이 불가능한 데다, 임대료 인상폭도 연 5% 이내로 제한돼 각각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값은 임대사업 활성화 대책이 발표된 2017년 12월 이후 최근(올해 12월 셋째주)까지 2년간 6.69%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아파트 전셋값은 1.29% 하락했다.

최근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중심으로 전세시장 요동치고 있지만, 지난 2년간(2018~2019년) 이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5.30% 하락 중이다. 임대사업 활성화는 물론 갭투자 등 투기수요가 전월셋값의 안정을 가져오는 딜레마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처럼 전셋값이 불안정하고, 주택 공급도 감소 추세에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전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서울의 전세시장은 국지적인 불안이 커지고 있다. 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입주물량은 지난해 4만 세대에서 올해 3만9000세대로 감소하며, 내년에는 3만2000세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전셋값이 저렴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지연되면서 전세가격 불안을 일부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서울의 주택 수요가 분산되는 경기도마저 신규 공급이 크게 줄어든다. 경기도에 지난해 공급된 아파트는 약 17만세대였지만 올해는 약 13만세대로 줄어든 데 이어 내년에는 약 7만 세대까지 감소할 예정이다.

특히 과천 등 일부 지역처럼 청약 대기 등 거주수요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데, 당분간 신규 입주가 없는 지역도 있다. 오는 2022년 본격화되는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30만호의 공급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과 절차가 남아 있는 상태다.

여기에 이번 대책으로 장기보유 특별공제(장특공제)를 받기 위한 거주의무 요건이 강화되면서 일부 지역에 따라서는 전세물량이 더욱 귀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1주택자라도 9억원 초과 주택일 경우 10년 이상 거주해야 현재 수준의 장특공제(최대 80%)를 받게 돼 전세매물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임대사업자는 다주택자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투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임대시장의 안정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대입 제도 개편과 높은 집값에 대한 피로감, 청약 대기수요, 거주요건 강화 등으로 수도권 전월세 시장의 안정세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면서 "내년보다는 내후년에 신규 입주 감소폭이 크기 때문에 이사철에는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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