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유골 발견됐지만' ···착잡한 행불자 가족들

입력 2019.12.24. 19:16 수정 2019.12.24. 19:16 댓글 0개
행불자회 대표 김정길 전 회장
사망 후 사실상 활동 중단 상태
"혹시나 하면서도 기대는 적어"

옛 광주교도소에서 신원 미상의 유골이 다수 발견되고 5·18 행방불명자일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면서 행불자 가족들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행불자 가족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39년간 미친듯이 가족을 찾아다녔고 이번에 유골 발굴로 작은 가능성이 생겼지만 기대는 크지 않다. 오히려 또 마음을 다칠 것을 걱정하고 있다.

5·18 당시 7살짜리 아들 이창현군이 실종된 이귀복(83)씨는 24일 취재진에 "옛 광주교도소에서 유골이 나왔다는 뉴스를 접하고 정신없이 달려갔다"며 "이미 유골을 옮긴 뒤라 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광주역 앞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아들을 찾기 위해 39년간 백방으로 찾아다녔다.

광주와 전남은 물론 미확인 유해가 발견됐다는 곳이면 경기도까지 수백곳을 돌았다.

이씨는 "그렇게 수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암매장된 행불자가 발견된 적이 없다"며 "결국 대규모 암매장이나 시신 유기 작업이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옛 광주교도소 유골에 대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만약 국과수 조사 결과가 행불자로 나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죽음이 새롭게 드러난 것 아니겠느냐"며 "결국 5·18 행불자 유골은 암매장이나 은폐 작업에 참여한 당사자가 양심선언을 하는 방법밖에 없나 싶다. 39년간 너무나 많은 기대를 했고 너무나 많이 좌절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5·18 행불자 가족들은 옛 광주교도소 유골 발견 소식에 한줄기 기대를 하는 반면, 이미 체념한 경우도 상당했다.

5·18 직후 이씨처럼 가족이 행방불명된 이들은 5·18 행방불명자 찾기 운동본부(행불자회)를 만들었다.

행불자 소재를 찾는 한편 남겨진 이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지난해 7차까지 진행된 5·18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심의위원회를 통해 행불자 84명을 정부 공식 행방불명자로 인정받았다.

이 중 6명은 이장 과정에서 신원이 확인돼 현재 행불자는 78명이다.

그러나 5·18에 참여한 넝마주이나 구두닦이 등 무연고자들의 경우는 신고도 접수되지 않고 있다. 행방불명자들의 수는 최대 400~500명까지로 추산하는 주장도 있다.

그렇게 활동해온 행불자회는 그러나 15년간 회장을 맡아 투쟁해왔던 고 김정길 회장이 2015년 사망하면서 사실상 활동 중단 상태다.

일부 회원들은 체념하고 유족회로 적을 옮기기도 했고 이번 광주교도소 유골 발견과 관련해서도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행불자회 관계자는 "39년간 가족들을 찾고자 사방을 돌아다닌 사람들이다. 사실상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유골에 대해서는 기대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며 "1988년 광주 청문회 당시 암매장 후보지로 지목된 장소를 모두 발굴해 봤으나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동묘지 터는 파보지 않았으나 보는 눈도 많은 교도소에서 수십구의 대규모 매장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다. 한줄기 기대는 버리지 않고 있으나 수십년간 삶을 버려왔던 행불자 가족들을 위로할만한 소식은 아니다"며 "결국 당시 암매장과 관련된 이들을 모두 조사해 양심 고백이나 진술을 받아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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