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아이를 존중하는 것과 제멋대로 허용하는 것은 분명 다릅니다

입력 2019.12.24. 12:16 댓글 0개
김경란의 교육칼럼 광주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부모님들은 아이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아이를 존중해야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를 높여서 중하게 여긴다’는 존중의 사전적인 의미가 간혹 아이의 뜻을 모두 받아주는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존중하는 것과 제멋대로 하도록 하는 허용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됩니다.

아이가 식당에서 뛰거나 숫자에 관심이 많아져서 엘리베이터의 모든 층의 보턴을 누르는데도 그저 기특하고 대견한 마음에 아이의 기를 살려주고자 사랑스러운 눈길로 아이를 바라보지는 않으십니까?

무조건 ‘아이의 기를 살려주어야 한다’는 말을 믿고 아이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근본적인 가르침을 잊고 있습니다.

아이를 존중한다는 것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옳게 가르치지 말라거나 잘못한 행동도 무조건 너그럽게 눈감아주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더욱이 요즘처럼 학교에서, 이웃간에 원만한 관계를 맺고 타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라면서도 그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함께 잘’사는 방법을 영원히 배울 수가 없게 됩니다.

진정으로 아이를 존중한다는 것은 함께 살아가기 위해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은 지키기 어렵더라도 타인을 위해 지켜야하고 그래야만 자신도 타인에게 배려 받을 수 있다는 지혜를 가르쳐야 합니다.

아파트 거실에서 형제들과 뛰어노는 아이에게 “지금 동생이랑 뛰어놀고 싶구나! 그런데 지금은 밤이 되었어, 밤에는 아래층 아주머니가 주무실 거야, 그런데 너희가 뛰어놀면 잠들기 어려우시니 내일 낮에 놀이터에 가서 뛰어놀자”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말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세상을 살아나가면서 하고 싶지만 참고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고, 하고 싶지 않지만 꼭 해야 할 일도 있다는 것을 배우면서 자라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존중한다는 생각으로 아이가 예방주사를 맞기 싫어한다고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아이에게 숙제는 하지 않고 좋아하는 인터넷 게임을 하루 종일 즐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를 존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 중에서 아이가 표현하는 감정을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집에 비슷한 장난감이 있는데도 떼를 부리는 아이에게 “저 로봇을 정말 갖고 싶구나!” 인터넷 게임을 하느라 숙제를 미루는 아이에게 “숙제는 하기 싫고 인터넷 게임을 더 하고 싶구나”라고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로봇을 갖고 싶어 울며 떼를 쓰고 있는데 “그게 뭐가 그렇게 멋있다고 또 갖고 싶어서 떼를 부리니?” 라고 아이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하루 종일 숙제를 하지 않고 인터넷게임을 하는 아이에게 “집에 있는 컴퓨터를 모두 없애버려야겠어”라면서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면 자녀는 부모에게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을 것입니다.

소중한 아이이기에 다른 사람과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부모님은 반드시 가르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아이의 마음에 맞장구를 쳐주어 아이를 존중하고 기를 살려주십시오. 그리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규칙은 꼭 지킬 수 있도록 가르쳐주어 타인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사는 지혜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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