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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필리버스터서 공방···"정치로 돌아와" vs "권력 하산길 험해"

입력 2019.12.24. 08:30 댓글 0개
한국당 첫 주자 주호영 3시간59분 발언 포문
김종민, 與 첫 주자로 나서 4시간31분 단상에
여야 교차로…주호영→김종민→권성동→최인호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토론을 시작해 땀을 닦고 있다. 2019.12.23.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지훈 유자비 기자 = 선거법 개정안 저지를 위해 23일 오후 시작된 자유한국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더불어민주당이 맞불을 놓으면서 공방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3시간59분간 진행된 필리버스터에서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또 회기 결정 건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을 받아주지 않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개인적으로' 고소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선거법은) 당리당략으로 의석 늘리려는 나쁜 뜻을 갖고 공수처법과 바꿔먹은 희대의 야합 법안"이라며 포문을 연 주 의원은 대북 정책, 부동산 정책, 입시제도, 탈원전 정책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비판적 토론을 이어갔다. 한국당이 '문재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로 규정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도 꺼내 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발언 수위도 높아졌다. 발언 중간에 사탕을 먹고 물을 마셔가며 3시간50분을 버틴 그는 "준비한 발언이 끝났다"며 다음 의원에게 준비할 것을 요청한 후 작심 발언을 시작했다. 주 의원 다음 주자로 예정된 사람은 민주당의 김종민 의원이었다.

"찬성 무제한 토론, 목적을 위해 아무것도 안 가리는구나"라며 마무리 발언을 시작한 주 의원은 "너무 대통령과 정권을 옹호하지 마라. 그러다가 낭패 본 사람 많다. 단두대 만든 사람이 단두대에 죽었다"며 "이 선거법 가지고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어 "오늘 문희상이란 분의 끝도 봤다"며 "회기 결정 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안 한 것은 개인적으로 문 의장을 고소할 것"이라고 겨냥했다.

주 의원은 그러면서 "권력은 짧다. 하산길은 험난하다. 지금이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듣는지 안 듣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국민 목소리 귀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하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24일 오전 1시50분께 단상에 오른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오전 6시22분께까지 4시간31분 간 필리버스터를 했다. 그는 선거법 개정안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한국당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깨어있는 유권자들은 보복하겠다는 사람에게 절대 표 안 준다. 한국당이 복수의 길이 아니고 정치의 길로 돌아오길 호소한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김 의원은 선거법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한국당을 향해 "한국당은 지금 기득권도 아닌데 왜 이러는 거냐. 그 알량한 'TK(대구경북)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라며 "선거법 개혁이 안 된 건 한국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아서"라고 직격했다.

그는 이어 한국당이 자신들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를 '정체불명'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국회에서 유일한 권력은 과반수다. 4+1은 과반수 권력"이라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4시간 가까이 발언을 이어가던 김 의원이 문 의장의 동의를 얻어 화장실을 다녀오자 한국당 의원들이 이에 항의하며 잠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문 의장은 항의하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반말하지 말라. 의장이다. 그래도 당신이 뽑았다"며 맞서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무제한토론 중 주승용 국회부의장으로부터 사회권을 받아 의장석으로 돌아와 안자 있다. 2019.12.23. photothink@newsis.com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민주당이 맞불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데 대해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주 의원은 "무제한 토론은 반대하는 측만 하는 게 역사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제도를 이렇게 왜곡한다"며 재차 불쾌함은 드러냈다.

필리버스터 세 번째 주자로 나선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필리버스터는 법안을 반대하는 사람만 행사할 수 있는 특권인데 선거법에 찬성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신청했다"며 "정말 개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신보라 의원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맞불' 필리버스터가 아니라 필리버스터 뜻도 모르는 '바보행위'"라며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의사를 진행해놓고 그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토론을 한다니 이런 '막장 코미디'가 어디있습니까"라고 했다.

권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마무리되면 최인호 민주당 의원,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 전희경 한국당 의원, 기동민 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이 순차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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