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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새 정부 본격적 출범 알린 대국민 토크콘서트

입력 2017.08.21. 00:00 댓글 0개
문재인 정부, 100일간 준비 마치고 국정과제 실천 남아
토크 콘서트 형식의 경쾌한 대국민 보고 행사 눈길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국민 인수위원 질문에 즉답

【서울=뉴시스】 장윤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새 정부 출범 100일 기념 국민인수위 대국민 보고에서 그간의 국정 과제를 짚으면서 국민 기대에 부응할 것을 다짐했다. 조기 대선 속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달려온 새 정부 100일간의 몸풀기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실천할 일만이 남은 것이다. 이날 열린 대국민 보고 행사는 새 정부의 안착을 알리면서 국정과제에 시동을 거는 이정표였다.

이날 오후 8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60분간 열린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 보고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많은 파격을 남겼다. 탈권위와 소통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방향성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행사 시작은 밴드 데이브레이크의 히트곡 '꽃길만 걷게 해줄게'로 산뜻하게 시작했다. 국민인수위원 280여명,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부처 장관들은 모두 음악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며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흥겨워했다. 노래를 아는 일부 청중은 노래 클라이막스인 "꽃길만 걷게 해줄게, 네 맘에 쏙 들게 할게~" 가사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국민인수위 대국민 보고는 청와대가 새 정부 정책을 소개하는 다소 딱딱한 행사일 수 있지만 콘서트 무대처럼 꾸려진 좌석 배치와 토크쇼 형식으로 경쾌한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프닝 음악은 국민들이 새 정부에 직접 제안한 정책을 바탕으로 국민들과 '꽃길'을 걷겠다는 취지에서 선곡했다"면서 "국민 인수위 좌석은 중앙 무대를 중심으로 둥글게 배치하고, 청와대 참모진과 장관들이 책상 없이 의자에 걸터앉는 모습으로 탈권위적이고 소통하는 정부의 모습을 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대국민 보고 행사에 들어가기 전에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과 배성재 SBS 아나운서이 '미니 토크'를 벌였다. 문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참모진과 만담 형식으로 대화를 나누며 행사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배 아나운서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새 정부 출범 100일간 점점 나이들어 간다는 뉴스 댓글을 봤다"고 익살스럽게 묻자 임 실장은 머쓱하게 웃으면서 "여기 일이 힘들긴 하다. 그렇지만 두려운 마음, 즐거운 마음 반반으로 일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안경과 백발, 카리스마 미소 때문에 문 대통령 여동생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고 "영광이다. 늘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웃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아재 개그(아저씨의 썰렁한 개그)'란 별명에 대해 "국가의 어려운 문제를 갖고 회의를 자주하는데 다들 심각하게 회의를 하더라"면서 "조금 아재개그를 했는데 그게 잘 통했다. 대통령도 처음에는 '이 분 왜 이래'란 표정이었는데 요즘은 제 개그를 기다리시는 것 같다"고 웃었다.

장관이 국민인수위원의 질문을 받는 순서에서는 부처 성격과 질문 주제, 국민 인수위원의 나이와 성별을 고르게 안배했다. 국민인수위원회는 가장 많은 제안이 나온 국민 질문을 추려서 관련 부처 장관이 직접 응답하는 식으로 새 정ㅂ ㅜ정책을 소개했다.

김수현 사회수석은 "장애인 정책에 5년 내 체감할 만한 변화를 느끼게 할 것"이라고 말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해외여행 시 발생하는 사건사고 대책에 대해 "신속하고 효과적인 초기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외안전지킴이센터 설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 대책에 대해 "내년 자살예방 전담부서를 만들고 전문 상담가도 늘리겠다"고 설명했고,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은 "문화예술인이 최소한의 기초적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예술노동의 특성을 인정한 고용보험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행정구역과 생활권역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고, 하승창 사회정책수석은 "인터넷 사용에 불편한 액티브엑스를 빨리 없애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부는 '국민이 묻고 대통령이 답하다'는 주제로 문 대통령이 국민들이 직접 제안한 정책 아이디어를 현장에서 듣고 이에 대한 견해와 소감을 밝히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 일자리 정책과 저출산 해결법에 대한 질문 두개를 받았다. 이는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일자리 정책에 가장 많은 답변 시간을 썼다.

문 대통령은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청년에 희망을 줄 뿐 아니라 세금 많이 내고 소비하는 사람을 늘리는 길이다. 이를 통해 경제 성장을 하는 것"이라며 "심각해지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기는 우리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목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일부 반대하는 분들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국민 세금을 쓰는 게 합당하냐'고 하신다"며 "그러나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청년에 희망을 줄 뿐 아니라 세금을 많이 내고 소비하는 사람을 늘리는 길"이라며 일자리 창출이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세금을 일자리 만드는 데 쓰는 것은 세금을 가장 보람 있게 쓰는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란 몇년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면 그 뒤에는 더 많은 예산 부담이 없어도 충분하다란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히며 박수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연차휴가도 다 사용하도록 해서 일하는 부모, 아빠·엄마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하는 게 더 근본적 해법이라 생각한다. 반드시 그렇게 만들겠다"며 "아빠 육아휴직 정책도 있지만 근원적으로는 연장노동을 포함해 노동시간 주 52시간제를 빨리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제 아들딸이 전부 아이가 하나다. (손주들이)어느 정도 자랐기 때문에 제가 '한 명 더 낳지 그러냐' 이러면 둘 다 엄두가 안 난다고 한다"면서 "아예 아이 하나 갖는 것도 엄두 안 난다는 분들이 많다"고 가족 이야기를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새 정부 정책에 대한 답변을 마무리 지을 때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김정숙 여사가 등장했다. 김 여사는 문 대통령의 자주빛 넥타이 색깔에 맞춘듯한 보라색 치마 차림이었다.

김 여사는 새 정부 출범 100일 소감에 대해서 "벌써 100일이 됐다고 한다. 저는 몇 년 지난 것 같다"면서 "(문 대통령에게)항상 '오늘 처음 취임해서 일 시작하는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말라'고 말한다. 100일이 지났는데 국민 평가가 조금 좋아서 느슨해지지 않을까란 그런 생각을 한다"고 밝혀 문 대통령이 머쓱하면서도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문 대통령은 행사 마무리 인사말에서 "국민인수위원회 활동을 이제 마감했는데 이런 소통을 계속해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노력을 앞으로도 지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제 생각에는 국민들이 주권자로서 평소에 정치를 구경만 하고 있다가 선거 때 한 표를 행사하는 간접민주주의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그렇게 한 결과 우리 정치가 이렇게 낙오되고 낙후됐다고 국민들이 생각하고 계신 것이다. 그래서 정치를 잘못할 때는 직접 촛불을 들거나 댓글을 통해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고, 정당 권리당원으로 참여하고, 정부 정책에도 직접 제안하고 반영되길 바라는 직접 민주주의를 국민이 요구하고 있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도 이러한 국민 집단지성과 함께 해나가는 것이 국정이 성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면서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해나가는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 감사하다"고 끝맺었다.

행사 마지막 순서는 문 대통령이 국민이 추천한 책을 건네받는 '대통령의 서재'였다. 청와대는 지난 17일 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본관 집무실 한켠에 마련된 대통령의 서재를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현장에 참석한 국민인수위원들이 전하는 책을 받아들고 기념 촬영을 찍으며 감사의 뜻을 전했고 행사는 성황리 마무리됐다. 취임 100일을 비교적 순조롭게 넘긴 문재인 정부는 국정 과제 실천이란 본격적인 대장정을 떠나게 됐다.

eg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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