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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학년말 중학교 3학년 교실 풍경
입력 2019.12.23. 09:38 수정 2019.12.23. 09:40 댓글 0개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몇 번을 생각해도 에너지 넘치는 원숭이띠 아이들과 지냈던 1년이 꿈만 같다. 한 해를 정리하며 올해 첫 마음으로 시작했던 모든 일들을 차분히 성찰하고 정리하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요즘은 겨울방학을 거친 후 2월 중에 종업이나 졸업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12월에 이어 1월까지 연속해서 교육과정을 마무리하고 있기 때문에 기말고사 이후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며칠 남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아이들이 '무사히' 졸업을 하도록 최선을 다 하고 싶다. 하지만 역시 마음처럼 되지만은 않는 것 같다.
#장면 1. 축제 연습
우리 학교는 축제가 12월 말이다. 축제에 대한 기대감은 기말고사 이전부터 들뜨기 시작한 아이들 눈빛에서부터 읽을 수 있었다. 이미 개별 오디션부터 시작해서 축제를 1주일 앞둔 교실은 생동감 그 자체였다. 지난주에는 학급공연 오디션이 있었다. 연극도 하고 합창도 있는 다채로운 공연은 사라지고 댄스 일색이지만, 인터넷에서 공연 영상을 찾아 한 명 씩 역할을 정하고 개별연습과 전체연습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진지했다.
몸은 따라주지 않지만 학급친구들을 위해 열심히 따라 하는 아이들부터, 수업 중에는 보이지 않던 카리스마로 친구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세심히 살펴주며 동작을 섬세하게 교정해주는 보석 같은 친구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연습한 7개 반 아이들이 오디션 무대에 섰다. 장난기는 쏘옥 사라진 얼굴로 준비한 동작들을 음악에 맞춰 열심히 그리고 신나게 실력을 발휘했다.
관람하던 다른 학급 학생들도 호응하고 응원하며 뜨거웠던 학급 경연 오디션을 마무리했다. 7개 학급이 모두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혹은 몇 개 반은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노력만큼은 다들 최고였다.
#장면 2. 후기고 원서 작성
중3 교무실은 1년 내내 바쁘지만 다른 학년과 다르게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내신 산출과 원서 작성으로 10월부터 정신이 없었다. 마이스터고등학교를 필두로 특성화고에 지원한 학생들을 위해 11월까지 원서 작성을 했고, 합격여부까지 모두 결과가 나왔다. 12월에는 기말고사를 치르고 중학교 3학년 전체 성적을 산출하고 그것을 근거로 후기고 원서 작성을 시작했다.
교실은 축제연습과 들뜬 학년말 분위기로 어수선했지만, 미리 상담한 자료를 근거로 한 명 한 명 이야기 나누며 부족할 때는 학부모님과 통화를 하면서 작업을 시작했다. 가장 힘든 것은 여러 가지 복잡한 조건들이 많아 교사로서 챙기고 신경 쓸 것이 많다는 점이다. 그런데 생활기록부 작성과 마무리, 졸업준비 업무, 그리고 들뜬 아이들 생활지도까지 함께 진행해야 하니 중3 담임들의 노고는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합격을 기원하며 모든 담임 선생님들이 성심껏 노력하고 있다.
#장면 3. 졸업 프로젝트, 카드섹션
기말고사가 끝난 이후의 수업은 무척이나 어렵다. 그래서 활동적이고 흥미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려 하지만, 솔직히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여러 과목들이 통합해서 조금 더 특별한 수업을 진행한다. 우리 학교는 '카드섹션'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졸업을 앞두고, 성장과 추억이라는 주제를 나타낼 수 있는 음악과 그림으로 나타내는 활동인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집단의 협력이 없으면 절대 완성할 수 없는 활동이다.
그림을 학급원 수만큼 분할해서 16장면을 스케치북에 만들고 그것을 음악에 맞춰 넘기며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과정은 어렵고 힘들지만 결과물은 꽤 감동적이다. 축제 연습 때문에 아직은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지만 7개 학급이 특색 있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 결과물들은 졸업식 때 상영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지면이 적어 못 다한 이야기들이 많다. 아무 의욕도 없고 개인적인 일탈로 힘든 아이를 학교에 나오게 하려 애쓰는 장면도 있고, 3월에 썼던 학생들의 자서전을 모아 책을 출간하고 뿌듯하게 책 한 권을 받아드는 장면도 있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과 지내며 에너지가 거의 다 소진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생들이 한 뼘이라도 마음이 성장했기를 기원하며 열심히 졸업을 향해 가고 있다.
- <칼럼> 늘봄학교,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다 '늘봄', 이 얼마나 예쁜 말인가? 봄처럼 포근하고 따사로움이 늘 함께한다는 뜻일 것 같은 '늘봄'. 그러나 이제 이 언어는 그렇게 쓰일 수가 없다.언어의 의미는 사회에서 규정된다. 아무리 좋은 언어라도 사회에서 다른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언어의 오염이 시작되고 결국 그 언어는 이전의 의미로는 쓸 수 없게 된다. 나에게 '늘봄학교'은 '녹색성장'과 같이 그렇게 오염된 채 다가왔다.2024학년도 1학기 광주지역 늘봄학교, 신청에서부터 선정까지 학교 현장 갈등2월 현재 광주에서는 30여개 초등학교가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청한 18개 학교 중 중17개교는 협의록이 없으며, 교장 결정 3개교, 교장과 교감이 함께 결정한 학교 1개교, 교장, 교감, 행정실장이 결정한 학교 2개교, 부장교사가 요청하여 승인한 학교 1개교 등 내가 속한 학교지만 어떻게 늘봄이신청되고 선정되었는지를 학교 구성원은 잘 모른다. 그래서 서로 의심하고 속상해한다. 이렇게 늘봄학교는 불필요한 학교 현장 갈등을 양산 시키고 있다.교사? 돌봄전담사? 일반직? 과도한 노동을 강요받고 있어"우리가 일 때문에 늘봄학교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늘봄학교 거부의 본질이 업무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거겠지만, 노동자에게는 일도 중요하다. 여전히 시간제가 많은 돌봄전담사의 업무도 아니고, 수업과 생활교육이 고유 업무이자 이것만으로도 과도한 노동을 하는 교사의 업무는 더더욱 아니다. 늘봄지원실을 만들어 일반직을 배정한다는 것도 총액인건비제에 묶여있는 공무원 상황을 보면 실현 가능하지 의문이 들고, 기간제에게 맡기는 것 또한 노동의 불안정성을 부추김과 동시에 결국은 기간제 공고부터 선정 관리까지 다시 학교의 업무가 되는 것은 학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안다. 학교의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한다.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 강요받은 업무를 그것도 과도하게 말이다.가장 중요한 사실,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는 '늘봄학교'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늘봄학교에는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다는 것이다. 올해 초 늘봄학교에 대한 기사가 쏟아질 무렵 내 마음을 훅 치는 기사 하나가 있었다. 기사 중에는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자녀로부터 들은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엄마, 나는 초등학교 때 돌봄교실이 제일 싫었어. 다른 친구들은 학교 끝나면 엄마랑 만나서 놀이터에서 놀고 학원에 가고 집에서 쉬는데, 난 혼자 돌봄교실에 갔어. 나도 다른 애들처럼 엄마랑 만나고 싶었어." 우리 아이들의 삶을 생각한다면 아침 7시부터 밤 8시까지 학교에 있는 게 폭력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 안드는지? 어른들보고 그렇게 있으라고 한다면 아마 대다수 집에 간다고 하지 않을까?늘봄학교에는 주체인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는 빠져있고, 즉 아이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한 고민과 사유는 실종되었다.학교, 지자체, 무엇보다 보호자가 우리 아이를 충분히 돌볼 수 있도록필자도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냈었고,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발을 동동거린 적이 있다. 대한민국 보호자들이라면 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두 번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때 절실하게 느낀 것이 돌봄의 사회적책임이었고, 학교 현장에 있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돌봄의 사회적 책임은 보호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보호자의 양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노동시간 합의와 양육시간 확보도 해당될 것이다. 후자의 대표적인 것이 소위 '저녁 있는 삶'과 같은 것이다.학교가, 지자체가 함께 우리 아이들을 돌봄과 동시에 보호자가 우리 아이를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돌볼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천천히 가더라도 그렇게 가야 우리 아이들의 삶이, 우리들의 삶이 있다.그렇게 간다면 다시 '늘봄', 이 언어의 원래의 의미를 되찾아 진정 우리가 바라는 '늘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애숙 광주동산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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