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사설> 옛 광주교도소 신원미상 유골 감식 서둘러야

입력 2019.12.22. 18:03 수정 2019.12.22. 19:47 댓글 0개
사설 현안이슈에 대한 논평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신원 미상의 유골 수십여구가 발견됐다. 두개골 부위에 구멍 뚫린 흔적이 있는 유골도 나왔다. 이 곳은 80년 5월 시민군과 계엄군의 주요 격전지였으며 광주 시내 곳곳에서 계엄군에 희생된 행방불명자들의 암매장지로 꼽혀왔다.

법무부와 광주교도소, 5·18 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무연분묘 이장 작업을 하던 중 40여구의 유골이 발견됐으며 2개 유골의 두개골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신원미상의 유골이 나옴에 따라 법무부·검찰·경찰·국방부·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으로 꾸려진 합동조사반은 수습한 이들 유골을 국과수 광주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정밀 감식에 들어갔다. 이들 유골은 무연고자 합장묘 봉분 아래 콘크리트 관 위에 이중 매장(지면에서 10㎝가량 아래)돼 있었다.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뒤섞인 유골과 주변 부지를 파낸 터에서 발굴한 유골 등으로 나누었지만 대부분의 유골은 온전치 않고 유골수도 정확히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또한 유골 대부분이 손상되거나 뒤엉켜 있어 분류가 필요한데다 이들 유골에서 개인 식별이 가능한 유전자(DNA) 정보를 추출할 수 있을지 불투해 정밀 감식 결과가 나오려면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대량의 유골 발굴 소식에 이례적으로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문찬석 광주 지검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확인 작업에 나섰다. 이들 유골이 그만큼 남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유골들이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던 무연고 사형수들의 유골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80년 5월 이후 사라진 행불자들의 유골로 밝혀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권력 찬탈에 이어 광주를 짓밟았던 신군부 세력이 은폐한 또 다른 만행을 알릴 명백한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5·18 당시 행방불명된 사람은 수백여명에 달한다. 행불자 대부분은 흔적은 커녕, 뼛조각 하나도 찾지 못한 채다. 그로 인한 유가족들의 피맺힌 한은 39년이 지나도록 풀리지 않고 있다. 법무부와 국과수 등은 이들 유골에 대한 정밀 감식을 최대한 서둘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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