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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행불자 가족들 "유해 찾는 일은 국가적 책무"

입력 2019.12.22. 17:10 댓글 0개
옛 광주교도소 신원미상 유골 발견 계기로 행불자 찾기 주력해야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오월 광주, 정의를 세우다' 주제의 5·18민주화운동 38주기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행불자 이창현의 아버지 이귀복씨가 증언을 하고 있다. 2018.05.18.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아들 못 찾아 썩어 문드러진 부모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묻은 곳이라도 좀 가르쳐 주시오. 제발 부탁이오."

5·18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 가족들은 22일 "행불자 유해를 찾는 일은 국가적 책무다.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5·18행불자 가족들은 최근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공동묘지에서 발견된 신원미상 유골이 5·18 때 암매장된 희생자일 수도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1980년 5월19일 행방불명된 이창현(당시 양동초 1학년·8살) 군의 아버지 이귀복(83)씨는 "어제 옛 교도소 묘지를 둘러보고 왔다. 지난 39년간 아들 찾으려고 산이란 산, 주검이란 주검은 다 뒤졌다. 이제는 맺힌 한을 풀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교도소 발견 유골이 행불자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감식 결과를 차분히 지켜보겠다. 지금이라도 아들 유골을 찾으면 마르지 않는 눈물을 닦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80년 5월22일 계엄군 총격 뒤 야산에서 실종된 임옥환(당시 조대부고 2학년·18살)군의 동생 임옥란(54·여)씨도 "불의한 권력에 가족이 희생당하고 주검까지 찾지 못하는 가슴앓이에 지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임씨는 "국가폭력에 희생된 가족을 볼 수 없는 슬픔은 어느 누구도 헤아릴 수 없다. 정부가 가족을 못 찾으면 암매장 장소라도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행불자 가족도 "이번에 교도소 유골 발굴을 계기로 정부가 행불자 유해를 찾는 일을 책무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5·18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하면, 각 공공기관이 암매장 발굴과 행불자 찾기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는 나라의 정의를 밝히고 역사를 바로세우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지난 20일 5·18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 암매장지로 지목된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신원 미상 유골 40여구가 발견돼 군과 경찰, 5월단체 등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일부 두개골에서는 구멍 뚫린 흔적이 발견돼 정밀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5·18기념재단 제공) 2019.12.22. photo@newsis.com

한편 지난 20일 옛 광주교도소 부지의 무연고자 공동묘지를 개장하는 과정에 신원미상 유골 40여구(이중 매장 형태·무연고 명단에 없음, 2구의 두개골서 구멍)가 나와 정부 합동조사단이 정밀 감정에 착수한다. 유전자 정보가 나오면, 5·18행불자 가족의 혈액·DNA와 대조할 방침이다.

광주교도소는 5·18당시 3공수여단과 20사단 병력들이 주둔했던 곳이다. 5·18 직후 교도소 관사 뒤에서는 시신 8구, 교도소 앞 야산에서는 시신 3구가 암매장 상태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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