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해태 전시관

입력 2017.08.20. 14:58 수정 2017.08.28. 15:34 댓글 0개

해태는 해치라고도 한다. 그 등장은 중국 요순(堯舜)시대로 거슬러 간다. 중국의 산해람(山海覽)에 “동방의 나라 산속에 ‘해치’라는 신비한 동물이 산다. 요(堯)임금 때 신수(神 獸)가 나타나 사악한 죄인을 가려냈다”고 기록돼있다. 한(漢)나라 양부(楊孚)도 그가 지은 이물지(異物誌0에서 해태를 언급했다. “동북 지방 깊은 수풀이나 산속에 신선이 먹는다는 먹구슬 나무 열매만 먹고 그 둘레에는 파리 한마리 꾀지 못한다”고. 해태가 신령한 짐승으로 시시비를 가릴줄 아는 현명한 존재임을 암시한 것이다.

동국세기(東國世紀)에 따르면 선인들은 새해 초가 되면 동물 그림을 그려 집 안 곳곳에 붙여 액운을 쫓았다. 호랑이 그림은 대문, 개는 광문, 닭은 중문, 해태는 부엌에 붙였다. 해태 그림을 부엌에 붙이는 이유로 부엌에서 발생하는 화기를 비롯해 모든 나쁜 기운을 내치고 행운을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해치는 순 우리말의 고어(古語)다. ‘해님이 파견한 벼슬아치’의 줄임말이다. 우리를 포함해 태양을 숭배하는 민족에게 해는 복덕을 주고 만물을 생성시키는 근원에 다름없다. 해가 뜨면 어두운 귀신이 사라지고 흉악한 짐승으로 쫓겨나 병자를 깨어나게 하므로 ‘해’는 재앙을 물리치는 것이다.

해태는 화재를 막는 성스러운 짐승이기도 하다. 재앙을 막아주는 벽사(벽邪·사악함을 물리침)의 상징으로 궁중에서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숭앙받았다. 물에 사는 짐승으로 오행설에 따라 불을 막는 영수(靈獸)로 인식된 것이다. 서울 광화문 앞의 해태 석상은 조선 말기 대원군 집정기에 경복궁, 창덕궁 등 궁궐을 재건하면서 화재나 재앙을 물리친다는 벽사의 의미를 지닌다. 지금의 청와대와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 해태석상은 사악함을 물리치고 정의를 바로 세우라는 뜻이 내재돼있다.

신안군이 이같은 의미를 지닌 ‘해태’상을 테마로 한 전시관을 세운다. 중부권 관광활성화라는 목적을 띈 ‘세계 해태 테마전시관’은 서양화가 김환기의 고향인 안좌도에 11만여㎡ 규모로 들어선다. 전시관 주변에는 해태상과 석탑, 문인석 등이 전시될 계획이라고 한다. 전시될 작품(3천909점)은 해태상 소장가인 이인한씨가 신안군에 영구 기탁했다. 실내전시에 2천446점, 공원내 야외에 1천463점이 선 보인다. 돌담과 고인돌, 우실, 노두 등 옛 돌문화가 보존된 이곳은 내년 새천년대교가 개통될 경우 암태, 자은, 팔금도 등과 연계한 관광명소로 떠 오를 전망이다.김영태논설주간kytmd86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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